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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속에 붉게 타들어가는

by 윰글

눈꺼풀 들어 하늘을 담으니

검붉은 융단을 드리운 듯

해는 조용히 얼굴을 감추고


핸들에 닿은 두 손이 원을 그려

브레이크 페달이 오른발에 눌리니

하늘이 내 품에 잠든다


38.9


하얀 얼굴에 초승달 미소 뿌리는 아이

입안 가득 떡이라도 문 듯

아이의 볼에 풍선이 숨었다


두 아이 웃음이 차 안을 채우고

붉은 노을이 내 손에 닿을 때

그 온기 어느새 우리 셋을 감싸


감기가 이리 독했던가 감히 물어보고

한 수저 뜬 된장찌개와 양념갈비에

오그라들었던 가슴을 녹인다


추위와 더위가 번갈아 몰아쳐야 열은 달아나고

콩알 같던 엄마의 심장은 그 어디를 들락이는지


아이 몸이 식을수록 내 볼은 달아오르고

아이 눈이 스르르 감길 때

난 미친 여인네처럼 새벽을 달린다


회색 속에 붉게 타들어가는 초저녁 하늘처럼

이 순간을 뇌간에 선명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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