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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바다

by 윰글

출근길, 산모퉁이를 돌아

분수대 물줄기처럼 펼쳐진 숲

그 사이로 회색빛 네가 보여


배를 띄운 너의 품에

발끝을 가만히 담그고

어떤 빛, 어떤 고요가 있을까

보고, 만지고,

향기 속에 너를 안으리


물속 가득 무언가를 품은 너

생명, 움직임, 깊이—

빨려들 듯, 발을 담그면 또 다시 빨려든다

그러고는 네 안의 기억들과 마주하겠지


궁금하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살아났다, 죽어가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스쳐 지나가는

너는 내게 그런 존재야


오늘도 떠오르는 너를 억누르고

나는 내 안의 나를 내민다

색을 머금은 너를 느끼며

나를 채색한다


넌 회색이라 좋고

무채색이라 더 좋다

물감이 지워진 캔버스처럼

모든 색, 모든 향이

스며들 빈자리를 남긴 너


들여다보면 물결이 일고

귀 기울이면 속삭임이 들려

그 물결과 속삭임이

내 안에 잠긴 문을 조용히 열어주면 좋겠다


안개 걷히듯

내 앞에 선

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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