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산모퉁이를 돌아
분수대 물줄기처럼 펼쳐진 숲
그 사이로 회색빛 네가 보여
배를 띄운 너의 품에
발끝을 가만히 담그고
어떤 빛, 어떤 고요가 있을까
보고, 만지고,
향기 속에 너를 안으리
물속 가득 무언가를 품은 너
생명, 움직임, 깊이—
빨려들 듯, 발을 담그면 또 다시 빨려든다
그러고는 네 안의 기억들과 마주하겠지
궁금하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살아났다, 죽어가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스쳐 지나가는
너는 내게 그런 존재야
오늘도 떠오르는 너를 억누르고
나는 내 안의 나를 내민다
색을 머금은 너를 느끼며
나를 채색한다
넌 회색이라 좋고
무채색이라 더 좋다
물감이 지워진 캔버스처럼
모든 색, 모든 향이
스며들 빈자리를 남긴 너
들여다보면 물결이 일고
귀 기울이면 속삭임이 들려
그 물결과 속삭임이
내 안에 잠긴 문을 조용히 열어주면 좋겠다
안개 걷히듯
내 앞에 선
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