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퍼들이 골프 게임 중에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오늘은 설거지가 영 안되네' 하고 자신을 탓한다. 티샷인 드라이버를 잘 치고 세컨드 샷인 우드나 아이언도 잘 쳤으나, 그린 주변에서의 숏 게임인 어프로치 샷과 퍼팅을 잘 못하여 골프 스코어가 좋지 않을 때 핑계를 대는 말이다. 설거지 단어는 두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는 먹고 난 다음에 그릇을 씻어서 정리하는 일을 뜻하고, 두 번째는 비가 오려고 하거나 비가 올 때 비에 맞으면 안 되는 물건을 덮거나 치우는 일을 뜻한다. 그래서 정리, 마무리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골퍼가 설거지가 안된다고 하거나, 일의 설거지가 잘 안된다는 뜻은 시작과 과정은 좋았으나, 마무리가 잘 안 돼서 안 좋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실제 우리 생활에서도 그렇다. 집에서 맛있게 음식을 먹은 다음 설거지를 하는 것은 귀찮고, 하기 싫은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설거지를 안 하고 놓아두면 그 어지러움은 어떻게 감당하고, 다음 식사는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비가 오는데 비 맞으면 안 되는 물건을 치우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일 또한 마찬가지이다. 일의 시작은 멋있게, 주목을 받으면서 했으나, 마무리가 잘 안된다고 하면 그 일이 무슨 의미가 있고, 결과가 있겠는가?
언론 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뉴스를 보면, 무슨 위원회를 구성했고, 일을 시작한다는 행사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거창하게 한다. 하지만 그 일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일의 시작은 있었으나, 그 일의 마무리가 뉴스를 통해서 알릴만한 정도의 것이 없기 때문일 게다.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들 대부분도 그 일의 시작에만 관심이 있었지, 그 일의 결과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보여 주기식 행태는 기업 조직에서도 종종 마주하게 된다. 특히, 조직 내에서 직책이 높을수록 보여 주기식 일을 벌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일은 조직의 자원을 불필요하게 낭비하게 되고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기 때문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데도 말이다. 마무리가 없는 일은 아예 시작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의 시작이 화려하고 거창했으나, 마무리가 잘 안돼서 흐지부지 끝나는 일들이 꽤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목표하는 바를 향해서 가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흐지부지 끝나는 일은 최소화해야겠지만, 조직생활에서는 특히 흐지부지 끝나는 일들을 최소화해야 한다. 흐지부지 끝나는 일들이 많으면 어떻게 조직에서 나에게 계속 일을 맡길 수 있겠는가? 상사나 동료가 나를 어떻게 신뢰하고 같이 일할 수 있겠는가?
조직에서 나에게 부여하는 일들은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당연히 있다. 없을 수가 없다. 그런데, 당연히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구체적(Tangible)인 경우는 그것을 추진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노력을 경주하느냐가 그 목표 달성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냐에 따라서 목표 달성에 대한 평가가 판가름이 나는데 조직에 몸담고 있는 내가 어찌 흐지부지할 수 있겠는가? 흐지부지하면 그 조직에서 계속 함께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니, 이 경우는 마무리가 안 되는 흐지부지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추상적(Intangible) 일 경우는 마무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이 경우가 더 어려운 것은 목표 달성도에 대한 평가가 평가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편차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어떻게 일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추상적인 일을 흐지부지 되지 않게 성과 있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체로 추상적인 목표를 갖는 일은 미래를 예측하는 일 이거나, 현재는 없는 새로운 도전을 필요로 하는 일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잘되면 조직에서 크게 인정받을 수 있는 반면에 잘 되지 않으면 다시는 나에게 그런 유사한 일은 부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잘 안된다고 하더라도 일 추진 과정에 대한 인정을 받는다고 한다면 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추상적인 목표를 갖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추상적(Intangible)인 목표를 구체적(Tangible)인 목표로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 된다. 추상적인 목표를 구체적인 목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목표와 관련한 환경 분석을 잘하는 것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마케팅 전략'에 대한 보고서 작성을 지시받았다고 하면, 환경 분석을 통해서 이 목표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발굴해 내야 한다. 환경 분석을 통해서 발굴된 요인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소통 방식, 신 산업의 등장, 고객의 가치관'이라고 하면 이러한 각각의 요인들이 마케팅 전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에 상응하는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정함으로써 추상적인 목표가 구체적인 목표로 전환된다. 구체적으로 전환된 목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나의 노력과 유관 부서의 협조 등을 통해서 마무리 지을 수가 있을 것이다. 일의 과정은 대부분 비슷하겠다. 한 가지 추가한다면, 구체화 과정에서 당연히 나에게 업무 지시를 한 상사와 협의를 통하여 합의, 승인을 받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구체화된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도 계속 변경 사항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과정 또한 반드시 상사와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일의 성과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잘 진행되던 일이 별 쓸모가 없게 될 수도 있고, 일의 진행 과정에서 별 주목을 못 받다가도 마무리가 잘 되어 주목을 받고, 성과를 크게 낼 수도 있다. 당연히 일의 시작도 좋고, 마무리도 좋아야겠지만 말이다. 설거지를 잘하는 것이 음식 먹은 다음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조직 생활을 해 나가는데도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데도 꼭 필요한 것이구나 하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