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울보다. 보통 사람들은 슬플 때 눈물이 난다고 하지만, 진짜 울보에게는 슬픈 순간, 기쁜 순간, 화나는 순간, 감동적인 순간이 모두 다 눈물 타이밍이다. 지금도 그 타이밍이다. 조금 다른 점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감정들이 다 섞여서 눈물이 났다는 것. 엄마를 직접 보지 못해서 슬펐지만, 얘길 할 수 있어서 기뻤고, 왜 떠났는지 알 수 없어 화가 났지만, 그래도 이불을 남겨줘서 고마웠다. 뚝. 뚝. 뚝.
"엄마, 왜 떠났어?"
"미안해. 구름아. 지금은 말할 수 없어.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도 시간이 많으니까, 천천히 말할 거라고 약속할게."
"내가 크면?"
"그럼."
"엄마, 아빠는 맨날..."
나는 아빠와 할머니 얘기를 털어놓았다. 사실 엄마가 떠난 게 아빠 때문일 거라는 생각까지 했었다는 속마음도. 엄마는 그게 절대 아니라고 했다. 이 세상은 너무 복잡해서 꼭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일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할머니의 진짜 마음, 아빠의 진짜 마음은... 연못으로 볼 수 있었을 거라고 했다.
뚝. 뚝. 뚝.
엄마와 나는 그 이후에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 헤어져있던 아홉 달 하고도 삼일 시간을 메울 만큼 많이. 그만큼 눈물도 흘렸다. 그냥 좋아서, 옛날 일이 생각나서, 그러다 마음 아팠던 일이 생각나서.
뚝. 뚝. 뚝. 뚜욱. 뚜..
"우리 조금만 더 쉬었다가, 이제 밖으로 나가자."
잠깐 졸았나? 엄마 목소리에 깼다.
"아냐.. 나 여기 있고 싶어."
"다시 오면 되잖아."
"엄마, 또 만날 수 있어?"
"응. 그럼. 자 봐, 친구가 널 기다리잖니."
"친구?"
나는 그제야 날 드리우고 있는 큰 그림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