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봤던 '미운오리새끼' 책.
그 마지막 페이지의 백조처럼 목이 길고 날개가 큰 하얀 새가 있었다.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실만큼 반짝반짝 빛났다.
'백조일까?'
어? 다시 고개를 휙휙 돌려 찾았다. 없었다. 혹시..
"오리야, 너니?"
내 말에 백조가 긴 목을 끄덕였다.
"응. 나야."
"이젠 말도 하네? 어떻게 된 거야?"
"구름이, 네 눈물 먹고 자랐지."
"내 눈물?"
널 이렇게 아름답게 만든 게 내 눈물이었다고?
손을 내밀어 백조의 얼굴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 순간,
이제 충분히 울었으니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솟았다.
울어서 다행이다.
"이제 그만 울래. 나 씩씩하게 살 거야."
백조의 눈이 반짝였다. 나의 두 다리가 어느 때보다도 더 단단히 땅을 딛고 서있음을 느꼈다.
"엄마, 이젠 갈게요. 아빠랑 할머니가 걱정하실 것 같아요."
대답 같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제 가자."
나는 백조의 등에 탔다. 그리고 훨훨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