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다른 것에서 로그아웃 하세요!
치유해야할 사람은
나 자신이고,
치유 과정에서 항상 함께
해야하는 사람도
나 자신이고,
더 악화는 안되는지,
치유는 잘 되고 있는지,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 받아야 하는 사람도
나 자신이기에
상처를 치유함에 있어서
'나'는 무조건 만나야 한다.
하지만, 나를 만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내가 나이고,
나는 나를 항상 보고 있는데,
항상 듣고 있고,
항상 느끼고 있는데,
나 자신을 만나다니
말장난 같다.
나도 처음에 수많은
자기계발서, 심리학 책들에서
그런 말들을 접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치유과정에는
무조건 내가 있어야 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아야 하기에,
만나기는 만나야 한다.
그런데 가만히 잘 생각해보면,
나는 하루 종일 깨어있고,
나를 느끼고 있고,
나를 의식하고 있지만,
나는 하루 종일 기계처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어제 했던 것과 거의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직장에서, 가정속에서,
사람들 속에서...
자유의지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자유의지라고는 없는 것처럼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나'는 나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으며,
그러므로 나를 만날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의지가 없는 기계처럼
매일 같은 삶을 사는 게 아니라,
그 모든 현상들을 곰곰히
지켜볼 시간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로 나 자신을
만나는 것은 아닐까?
나 자신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내 마음의 본성의 소리를 들으려 해라.
이런 말들이 나는 아직도
말장난 같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나의 삶,
우리의 삶이
나 자신과 동행하는
멋진 삶 같지는 않다.
나 자신을 만나는 법을
어느 책에서도 알려주지 않아,
나는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만나는 방법을 시도하기 전에,
만나기 위한 준비를
먼저 하는 것이
초보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다보면,
다음 단계도 보이지 않을까?
준비란,
'나'를 만날 수 없는 것들에서
일단 로그아웃 하는 것이다.
적어도, 휴대폰은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술과 담배는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일더미는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의미없이 만나는 친구는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나 자신을 만날 가능성이
전혀없는 것들을 생각하고
그것들에서 로그아웃 하다보면,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은
고요함, 아무것도 하지 않음,
가만히 있음에 도달하게 된다.
일단 초보자인 나는 여기까지이다.
고독하고, 고요하면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수많은 책들이 말하지만,
난 아직 거기까지 경험 못했고,
여전히 아직 믿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을 하면 만날 수 없는지는
분명히 아는 단계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