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기다리는 일
바람이 분다
그대가 떠난 계절의 방향으로
나는 또 오늘
창을 닫지 못하고 서 있다
잊혀진다는 말은
참 쉬운 약속처럼 들리지만
그대가 웃던 그날의 햇살 하나
내 마음 속에서 아직도 따뜻하다
소식 없는 하루들이 쌓이고
계절이 몇 번이고 지나도
그대를 기다리는 일은
나를 무너지게 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리움은
내 하루를 채우는 빛이었다
가끔은 울고,
가끔은 웃는 이 기다림 속에서
나는 내 삶을 조금씩 이해해간다
그대를 사랑했던 날들이
내 가장 순한 기억이었음을
그리워한다는 건
참는 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일이라는 걸
나는 오늘도 배운다
그대여
오지 않아도 좋다
기다리는 내가
이토록 선명히 살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