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땅을 일구겠다고 마음먹고
곡괭이를 손에 쥐면,
그날부터 나는
비옥한 땅이 될 때까지
고랑을 파고, 또 판다.
땀이 밴 흙 위에
곧고 깊게 고랑을 내고,
그제야 조심스레
씨앗 하나, 심는다.
농사가 잘되든 안 되든
햇살이 따갑든 비가 오든
나는 그 땅을 떠나지 않는다.
수확이 올 때까지,
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익을 때까지
나는 그저 묵묵히,
또 하고, 또 한다.
나는 안다.
땅은 쉽게 열리지 않지만
한 번 마음을 주면
결코 거절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나는,
내 손에 쥔 곡괭이 하나로
오늘도 다시
고랑을 판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이 손이 파낸 고랑마다
어딘가에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고된 날이 쌓일수록
흙 속의 뿌리는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나는 계속 판다.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곧 무엇인가 솟아오르리라.
나는 곡괭이를 놓지 않는다.
그것이 희망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