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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야 May 28. 2019

밤길을 걸으며



밤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느슨해지는 걸 느낀다.

어쩌면 너와 걸었어도 좋았을 길.

느슨해진 마음으로 걸으니 아쉬움도 후회도 없다.

팔을 휘적휘적 흔들어보고 

별것 아닌 농담에 크게 웃어도 본다.

밤공기가 참 좋으니까. 바람이 참 부드러우니까.

꽁꽁 감싸두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고

헐거워진 마음의 입구로 바람이 분다.

한동안 마음에 쌓아두었던 돌멩이들을

걸음 뒤로 하나씩 떨어트린다.

걸으면 걸을수록 마음은 가벼워진다.

갈 곳 없는 걸음. 길이 끝나도 상관없다.

뒤돌아 왔던 길을 다시 걸으면 그뿐이다.

그래서 나는 유난히 좋았던 길을 또 걷는다.

길의 끝을 멀리서 바라보며

다음엔 꼭 너와 함께 걷고 싶다는 욕심을 내본다.

내가 이곳에 버려둔 것들이

너와 걸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것만 같다.

버리고 싶은 것조차 없어질 것만 같다.



덕수궁 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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