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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지 Apr 26. 2024

바닥에서 본 해바라기

절망과 희망사이


작은 이랬다.

내 인생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되던 어느 날.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던 그 순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느새
눈앞에 보이는 물감 쪼가리들을 끌어모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라는 인간이 너무
무쓸모처럼 느껴져 견딜 수가 없었으니깐.


사람을 잘 믿었던 게 문제였을까?

모든 걸 너무 긍정적으로 바라만 본 게 문제였나?

세상이 주는 회초리는 아프고 힘겹기만 했다.

그러나 나의 본능은 여전히 긍정의 힘을 믿었고, 많고 많은 소재 중 어느새 커다란 해바라기를 눈앞에 그리고 있었다.

현실은 절망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끊임없이 희망을, 긍정의 빛을 찾고 싶었나 보다.



숨통이 조금 트였다.


미대 졸업 후 25년이 지나는 동안 내 그림은 그린적이 별로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감각이 묻어뒀던 예전 느낌들이 천천히 다시 살아났다.

무엇보다 그리는 동안만은 모든 걸 잊을 수 있었고, 심장 속 울렁거림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날부터 그렇게 나는 조금씩 조금씩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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