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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지 May 03. 2024

자매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나에겐 6명의 자매들이 있다.

자매들이 많은 건 분명 축복이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땐 서로 위로가 되기도 하고, 짐을 나눠질 수도 있으니 분명 마음의 힘이 된다.


하지만 옛말에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라고 했던가. 각자의 개성이 너무 뚜렷한 자매들은 돌아가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켰고, 막내인 나는 그런 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일찌감치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웬만한 일에는 크게 놀라지도 기뻐하지도 않는 무감각한 내가 된 것은.

또래의 친구들과 사귀며 우정을 나눠야 할 시기에 언니들과만 놀게 된 것은.


어릴 때부터 언니들의 진두지휘 아래 인생을 살면서 나의 감정보다는 언니들의 말을 더 신뢰하게 되었고, 널 위한 거라고 했던 언니들과의 일들이 다 실패로 끝나며 그 책임은 오롯이 내가 져야 할 몫으로 남게 되었다.


이제 와서 언니들을 원망하는 건 아니지만 동생이라고 나의 인생에 너무 쉽게 손을 내민 점, 친언니라고 깊게 생각지 않고 덥석 손을 잡은 나의 미련한 선택들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그 과정 중엔 분명 배울 점도 많았지만 채무관계가 얽히며 나를 바닥까지 내려가게 만든 부분,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깨진 부분은 내 인생의 가장 아픈 역사가 될 것이다.


 

언젠가 우리 자매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표지로 사용하면 좋을듯해 그린 그림이다.


각 얼굴에 표시되어 있는 숫자는 몇 번째 인지를 나타내고 가운데 7번이 나다.


이루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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