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말하면 당신은 나의 반복을 눈치챌까. 내가 다시 보여주면 당신은 우리의 과거를 기억할까. 나는 당신을 시험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뜻밖의 사건들에서 중요한 것들의 중요성을 알아차리고는 한다. 시답지 않게 늘어놓았던 내 고민거리를 기억하고 걱정해주는 것, 지나가는 말로 가고 싶다고 한 곳에 진짜 가자고 하는 것,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평소와는 어딘가 다른 모습에 괜찮지 않음을 알아차려주는 것, 내가 지나쳤던 사소한 순간들을 붙잡고 상기시켜주는 것.
하루하루가 갈수록 많은 기억들을 잊어간다. 망각이 축복이라는 말 또한 인정하는 바이나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마저 잃어가는 것까지 축복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더더욱 별 것 아닌 나의 조각들을 기억해주는 당신을 좋아한다. 잊혀가는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붙잡아주는 당신을 좋아한다. 당신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기를 원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