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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Oct 25. 2022

오늘도 바다에는 눈물이 한 방울 더 떨어졌다

 괜히 울적해지는 날에는 당신과 함께했던 날들의 사진첩을 둘러본다. 맑은 바다 앞의 해맑게 웃는 당신, 당신과 함께 걷던 청아한 가을날의 풍경들, 당신과 손잡고 바라봤던 공간, 당신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숨겨지지 않는 나의 환한 미소, 그런 작은 행복의 조각들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이유다.


 나는 겉으로는 너무나도 잘 지내 보인다. 누구에게나 밝은 모습으로 비치기를 원했으며 곧잘 해냈으니까.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생각 속에서 행복을 얻어냈으니까. 하지만 부인할 수 없게도 나는 가끔은 정말로 행복하지가 않다. 행복하지 않은 그런 순간들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보면 그건 당신이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행복을 노력하며 웃으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당신이다. 나는 당신과 함께하는 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는 겉으로는 누구와도 잘 지내 보인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사고 잘 지내고 싶었으며 곧잘 해냈으니까. 모두가 친해지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는 혼자인 순간이 가장 편안하다. 미치도록 외롭고 고독하더라도 누군가가 떠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함께보다는 혼자가 편하다.


 어느 날은 언제나 약속 시간에 항상 먼저 도착하는 당신이 약속 장소에서 보이지 않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내 잘못으로 당신이 진짜 나를 떠나갔구나 생각했다. 나를 떠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은 당신에 대한 오만 상상을 하는 사이, 현실의 당신은 곧 내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꽤 자주 나는 당신과 헤어지는 꿈을 꾼다. 그렇게 나는 나 혼자서 이별을 망상하고는 한다. 내 스스로 당신에게서 나를 버리고는 한다. 이렇게 혼자 한 이별들을 쌓아간다.


 당신은 가끔 아무렇지 않게 우리가 함께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에게 미래란, 당신과의 평생이란 너무나 소중한 것이어서 함부로 언급하기조차 두려운 것이다. 언제 떠나갈지 모르는 소중한 당신,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과분한 행복, 그리고 그런 당신이 말하는 미래. 그게 쉽게 연상되지 않는 것이다. 나에게 사랑이란 어려운 것인데, 언제 떠날까 두려움에 떠는 것인데, 함께하는 미래를 말하려면 왈칵 울어버릴 만큼 복잡한 것인데, 당신은 아무렇지 않게 우리가 평생 함께일 것을 전제한 말들을 한다.


  당신을 사랑하는 날들이 길어질수록 울적해지는 날들 또한 길어진다. 행복이 더해질수록 눈물 또한 늘어간다. 내 눈물로 지어진 꿈의 바다 같은 당신과의 미래를 나는 소중히 더 소중히 그려보고는 한다. 오늘도 바다에는 눈물이 한 방울 더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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