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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Oct 28. 2022

나의 전부를 사랑해주는 당신에게

 맛있는 기름의 그림자에 비친 내 포크. 그 위로 일렁이는 나의 손가락 그림자. 나는 당신을 지독히도 원하면서 지독히 두려워하고 있다.


 당신, 당신을 생각하면 다시 사랑에 빠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나, 사랑에 빠지면 나조차도 잃는 참 어리석은 사람인데, 사랑에 빠질까 두렵다. 당신을 사랑하면서 나를 잃을까 두렵다.


 나는 당신에게 내가 원하는 바를 똑바로 요구할 수 없다. 뇌와 입 안에서 맴도는 말을 결코 뱉어낼 수 없는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소중하기 때문에, 무엇도 해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나는 내 모든 마음들을 말하지 못한다. 내 마음들을 말하지 않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인간에게는 나 혼자만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다. 애인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될 어떤 것들이 있다. 하지만 당신에게 모든 것들을 말하고 싶다. 말함으로 우리의 관계가 틀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불사하고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진짜 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우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퍽 잘 울곤 하는 나 혼자만의 방 안의 내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하지만 사랑하는 당신 앞에서 가끔은 울어버리고 싶은 것이다. 모든 마음들을 놓고, 그저 내가 힘들어하고 있었다고, 울어버리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궁금하다. 하루하루 지하철을 채우고 버스를 채우고 차도를 채우는 이른 아침의 분주한 사람들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나는 굶주리지 않기 위해 살고 싶지는 않다. 굶주리더라도 가슴 깊은 곳에 품은 무언가를 위해 살고 싶다. 당장에 보이지 않더라도 길이 남을 어떤 것들을 위해 살고 싶다. 우리들의 사랑으로 살고 싶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나에게 반복적인 하루하루의 삶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의미 없는 곳에서의 날갯짓이 내 인생에 어떤 즐거움을 가져다줄까?


 나는 당신에게 이미 많은 것들을 들키고 말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들을 당신에게는 발설하고 말았다. 당신이 나의 이야기들을 사랑을 가장한 무례라 여긴다면 나는 당신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당신이 이런 나의 모든 것을 알아준다면,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나의 부분들을 이해해준다면, 나는 당신과 함께하는 어디라도 끝까지 당신을 따라갈 자신이 있다.


 사랑하는 당신, 나는 복잡한 심경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 내가 살아온 날들을 모두 이해해달라는 것은 욕심이다. 내가 펼치고 싶은 미래들에 언제나 함께이고 싶다는 것 또한 욕심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 삶에서 당신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나의 모든 것을 서서히 보여주고 싶다. 당신에게,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당신에게, 나의 전부를 사랑해주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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