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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정 Oct 30. 2022

[사회①] MZ세대의 문해력에 심심한 우려를 표하며

MZ세대의 의식적 노력과 교육 변화 필요

 잊을 만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Core-MZ세대(1990-2003년 출생자)의 문해력 논란'이다. 지난 8월 유명 웹툰 작가의 사인회를 열기로 한 카페가 예약 시스템이 오류난 것에 대해 "심심(甚深)한 사과 말씀드린다"며 글을 올린 게 화근이었다. '매우 깊고 간절하다' 라는 뜻으로 사용된 '심심한' 이라는 단어를 '지루하고 따분하다' 라는 뜻으로 오독하여 몇몇 이용자가 부정적인 댓글을 단 것이다. 이외에도 유튜브 영상에 ‘내용 너무 긺. 3줄 요약 좀’이라는 댓글이 심심찮게 보이거나, 금일을 금요일이라고 착각하는 사례는 한국의 실질 문맹률 실태를 보여준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청소년 디지털 문해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문맹률은 1% 정도지만, 문장을 읽고도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비율은 무려 7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Core-MZ 세대의 문해력이 유독 낮은 이유는 미디어의 발달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랐기에 책 보다 스마트폰을 즐겨보고, 글보다는 영상 시청에 익숙하다. 또한 2000년 적용된 '제7차 교육과정' 에서 한문이 필수과목에서 빠지면서, 대학교 4학년인 나 또한 학창 시절 한문을 배운 적이 없다. 과연 문해력 저하를 Core-MZ 세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 나는 소통에 마음을 닫은 Core-MZ 세대와,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교육 둘 다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연합뉴스

교육부는 지난 8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공개하며, ‘기초 문해력 교육 강화’를 위해 국어 수업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의 국어 수업시간이 기존 448시간에서 482시간으로 34시간 늘었으며, 고교학점제 도입과 관련해 선택과목에 ‘문학과 영상’, ‘매체 의사소통’이 신설됐다.[1] 하지만 선택과목 신설과 수업시간 증대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디지털 문해력 수준이 높게 나온 캐나다는 학년별로 체계적인 디지털 문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미국은 공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짜 뉴스 등 정보 판별 능력을 길러주고 있다. 이처럼 교과서 외에 여러 매체의 글들을 읽고, 정보가 편향적인지 토의하고, 본인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실질적인 교육이 도입되어야 한다.


여러 해 전 미국의 게시판 사이트 '레딧'에 “60년 전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오늘날로 시간여행을 왔을 때 가장 이해하지 못할 현상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쏟아진 댓글 중 사람들이 무릎을 친 것이 있다. “누구나 주머니 속에 인류가 쌓아온 지식 전체에 접근할 수 있는 도구(스마트폰)를 늘 갖고 다니지만 주로 동물 사진을 보고, 모르는 사람들과 말다툼하는 데 사용한다”는 답변이었다.[2]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받다 보니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을 정하고, 학습할 기회가 부족한 것이다. 데이터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추후 교육은 본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매체를 통해 자가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더불어 책을 많이 읽은 학생에게 선물을 주듯이, PC와 스마트폰을 학술적인 차원에서 잘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학교 차원에서 실행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출처 : 유튜브 캡처

Core-MZ 세대는 부정의를 참지 못하고,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세대다. 그들의 화법은 군더더기 없이 직관적이며 직설적이다. 언어의 경제성은 때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만, 복잡한 맥락이나 층위는 놓치게 되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동진 평론가는 '소통의 기본은 상대방의 의도를 선의로 추측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소통에 대해 마음을 닫아둔 상태가 아닌가 싶다' 라고 말했다.[3]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일단 비난하고 보는 태도는 고칠 필요가 있다. 또한 어휘력은 세상을 보는 창과 같다. 한정된 단어를 쓴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을 좁게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채로운 삶을 꿈꾸는 Core-MZ 세대에게 문해력 향상은 필수 가결적인 요소다.


‘요즘 애들은 문해력이 너무 낮아’ 라며 혀를 끌끌 차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대 변화에 맞춰 한자어 사용을 줄이자’ 라는 주장도 국어의 토대를 없애버리자는 말과 같다. 교육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며 자가 학습을 위한 메커니즘을 기르게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Core-MZ 세대는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문맥으로 추측하거나 검색해보고, 어휘력을 늘리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겐 언어를 매개로 한 인지적 및 정서적 공감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구성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해력 부족으로 인한 세대 간 소통 오류도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을까?




<각주>

[1] 교육부 발표, 2022.08

[2] 『‘디지털세대 문해력 논쟁’이 알려주는 ‘21세기의 능력’』, 『KISO JOURNAL』 2022.09.13

[3] 『상대방이 어려운 말 쓰면 화나는 사람? 원인 파헤쳐보기 | MZ세대 문해력 논란』, 유튜브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채널, 202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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