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는데 여전히 우리나라는 L사이즈까지만 나오는 브랜드가 많다. 그래서 살이 빠지기 전에는 옷 가게에 갈 때마다 ‘저희 가게에서는 맞는 옷이 없을 거예요.’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빅사이즈 쇼핑몰에 들어가 리뷰를 꼼꼼히 살피며 옷을 사야 했고, 다 늘어난 옷도 그것밖에 맞는 옷이 없어서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어딜 가든 내 사이즈가 있고 심지어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옷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고르는 입장이 되는 것은 엄청난 변화였다.
비만과 비만이 아닌 사람을 나누어 생각하는 게 옳지 못한 일임을 알지만, 비만이었던 시절 나는 정상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움츠려 있었다. 누군가 날 쳐다보아도 내가 뚱뚱해서 쳐다보는 거라 의미 부여했고, 심지어는 내가 들리지 않게 내 흉을 보고 있다고도 생각했다. 지금은 누가 봐도 아무 생각이 없지만.
‘외모에 대해서 주절거리는 사람들은 무시해.
‘외모보다는 내면을 가꿔라.’
이런 말로 자신을 위로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지나가는 말로 운동 좀 하라는 말에도 민감하게 굴었던 걸 보면.
기질 및 성격검사(TCI)에서는 인간이 4가지 기질과 3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4가지 기질 중 사회적 민감성을 가진 사람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갈등을 예방하고 중재를 잘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남들보다 더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하고 평가에 예민하다는 단점도 있다.
내가 뚱뚱하다는 사실은 사회적 민감성을 안 좋은 쪽으로 이끌었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돌려 깐다고 여겼고,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날 무시하거나 가르치려 한다면 내가 뚱뚱해서 얕본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평생을 보이지 않는 실체와 싸웠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 됐다. 옷뿐만 아니라, 시선도, 말도, 나를 평가하는 기준도. 살이 빠져서 라기보다는 알게 된 것 같다. 나에게는 선택에 자유가 있고, 그건 아무도 간섭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당신은 지금, 무엇을 ‘맞추고’ 무엇을 ‘고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