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유쾌한 투병기
* 세상은 양쪽으로 봐야 좀 더 재미있는 곳이다. 자꾸 깜빡깜빡 잊고, 아주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어버리는 내가 예전에는 싫었다. 하지만 이제는 망각이 신이 주신 선물이고, 나는 남들보다 좀 더 많은 선물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든 것 없이 가벼운 인생'은 관점을 바꾸자 '잊음으로써 가뿐해지는 인생'이 되었다. 나는 계속 사사로이 절망스럽겠지만, 그것들이 지속되지 않기에 결국은 행복해질 것이다. (p.19)
*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뭔지 모르겠다. 나는 도미노처럼 살고 싶다. 그런데 흩어놓은 퍼즐처럼 산다. 나도 나를 못 맞춘다. (p.190)
* 만약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ADHD이거나 다른 문제가 있어서 헤매는 중이라면, 본인의 능력이나 작업 과정보다 목표치를 바꿔 보는 건 어떨까 싶다. 그냥 완벽해지는 것보단 모자라다는 면에서 완벽해지는 게 훨씬 쉽다. 모자람은 꽤 괜찮은 친구다. 나를 거장으로 만들어 주진 못해도 거장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아마추어로는 만들어 주니 말이다. (p.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