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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동화 속 여행
12화
꽃요정과 오색 토끼들
by
박유리
Oct 30. 2025
조용한 회복의 동화
하얀 커튼 사이로 여명이 스며들고,
그 빛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며 떠올랐어요.
그것은 연두빛 머리카락에 꽃잎 같은 드레스를 입은
작고 귀여운 요정 봄이었어요.
“유리님, 안녕하세요.
저는 꽃나라에서 온 요정, 봄이에요.
꽃을 사랑하는 유리님을 뵙고 싶었어요.
꽃나라에 어려움이 생겼거든요. 함께 가보실래요?”
그 순간 유리는 작은아이로 변했고,
요정 봄이의 손을 잡자 꽃 위에 빛나는 문이 열렸습니다.
유리와 봄이는 투명한 빛의 통로 속으로 “쑤—욱!”
그 안은 별빛과 바람이 어우러진 길 같았어요.
꽃잎 위를 날듯 지나가며,
향긋한 꽃향기에 감싸인 꿈 같은 공간이 펼쳐졌지요.
그곳은 온통 꽃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이었어요.
노란 들꽃, 보랏빛 라벤더, 붉은 튤립…
나비와 꿀벌들이 사이를 날고 있었지요.
보랏빛 꽃 한 송이가 유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어요.
“어서 오세요, 유리님.”
이어 꽃들이 하나둘 몸을 흔들며 인사했어요.
“유리님을 기다렸어요!”
“봄이가 특별한 손님을 데려온대요!”
유리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어요.
“나도… 만나서 반가워.”
하늘에서 세 명의 요정이 내려왔어요.
여름, 가을, 겨울 요정이었지요.
머리색은 파랑, 주황, 은빛,
치마는 계절을 닮은 색으로 반짝였어요.
“저는 여름이에요~”
“가을이에요~ 반가워요.”
“겨울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봄이는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꽃나라를 도우러 오신 유리님이세요!”
요정들은 유리를 나무 그늘 아래로 안내했어요.
그곳엔 시든 꽃 한 송이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요.
“햇볕이 잘 안 드는 곳이라… 많이 지쳤나 봐요.”
손 옆에 장갑과 모종삽이 ‘뿅!’ 하고 나타났고,
유리는 조심스럽게 꽃을 파내어
밝은 곳으로 옮겨 심었어요.
“됐다! 그런데 물은…?”
곁엔 빨간 물뿌리개가 조용히 놓여 있었어요.
유리는 그것으로 꽃에 물을 주었어요.
작은 물방울들이 꽃잎을 타고 흐르자,
꽃은 살며시 몸을 흔들더니 기운을 차렸어요.
“어머… 살아났어!”
봄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유리님 덕분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이번엔 저쪽도 봐주세요~”
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잡초들이 무성히 자라고 있었어요.
유리는 “알겠어!” 하고 풀을 정성껏 뽑아 모았어요.
풀을 묶으니 마치 작고 푸른 꽃다발 같았지요.
개울가에 다다르자
화려한 꽃빛을 머금은 오색무늬 토끼 두 마리가
유리에게 다가왔어요.
유리는 풀을 조심스럽게 건넸고,
토끼들은 반가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먹었어요.
“냠냠~ 정말 고마워!”
풀을 먹는 토끼들을 바라보며
유리도 절로 미소를 지었어요.
풀을 다 먹은 토끼들은
깡총깡총 꽃밭 속으로 달려갔지요.
그곳엔 이미 여러 마리의 오색 토끼들이
화사한 꽃들 사이를 자유롭게 뛰놀고 있었어요.
하늘빛, 분홍빛, 연보라빛…
마치 꽃향기를 따라 달리는 생명 같았지요.
나비와 벌들도 함께 날아들며
들판은 한 폭의 그림처럼 빛났어요.
“정말 너희가 꽃빛을 품었구나…”
유리는 속으로 중얼이며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답니다.
개울 너머 들판에는
노란빛, 주황빛, 연두빛, 보랏빛…
들판은 축제처럼 환하고 즐거웠지요.
돌다리를 건너며 유리를 바라보는 토끼,
다가와 인사하는 토끼,
물가에서 등을 비비는 토끼들까지—
모두가 조용한 기쁨을 나누고 있었어요.
그때, 봄이가 속삭였어요.
“이 아이들은 사계절을 살아낸 꽃빛 토끼들이에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들 곁에만 살짝 나타나지요.”
유리는 들판에 앉아
그 따스한 기쁨 속에 오래 머물렀답니다.
꽃들과 요정들이 유리에게 인사했어요.
“고마워요, 유리님~”
“또 놀러 와요~”
“언제든 기다릴게요~”
봄이는 유리를 다시 빛의 문으로 이끌었고,
그 문 너머로는 어렴풋이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어요.
.
작고 부드러운 실루엣—
어디선가 본 듯한 귀여운 존재가 유리의 시선을 끌었지요.
꽃향기 따라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 연출: 유리 / 그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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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속에서 피어나는 은혜> 출간작가
디자인과 유아교육을 전공했습니다. 지금은 남편을 돌보며 식물과 글을 가꾸고, 에세이와 동화로 작은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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