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동 문학 02] 오가와 미메이 원작 からすとかがし
다키치 할아버지는 삿갓 쓴 허수아비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 허수아비는 손에 활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 허수아비를 보면 까마귀나 참새 같은 새들이 곁으로 다가오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할아버지는 젊었을 적부터 활 솜씨가 좋아서 아무리 작은 새라도 일단 겨누기만 하면 백발백중이었습니다. 저녁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를 쏘아 떨어뜨리거나, 밭에서 놀고 있는 참새를 맞히는 일도 잦았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를 보기만 해도 작은 새들은 지저귀다 말고 어디론가 모습을 감춰버렸습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눈이 나빠지기 시작한 할아버지는 예전처럼 목표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새들은 활을 들고 서 있는 허수아비를 보면, 할아버지처럼 무서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미 새는 새끼 새에게 말했습니다.
"저기 논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손에 든 것이, 바로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얘기했던 그 무서운 활이란다. 언제 날아와서 우리 몸에 꽂힐지 모르니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아."
새끼 새들은 틈만 나면 그 얘기를 들어서 엄마 말을 잘 들었습니다.
이듬해가 되어 벼가 익을 무렵이 되자 다키치 할아버지는 새 허수아비를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새끼였던 새들은 이제 어미가 되어 똑같이 제 새끼들에게 말했습니다.
"저건 활이라는 거야."
그러면서 자신들이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새들은 되도록 할아버지의 논에 가까이 가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건망증이 심한 까마귀 한 마리가 그 이야기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허수아비 위에 내려앉은 것입니다. 그리고는 '까악, 까악' 울면서 허수아비의 머리를 쪼아댔습니다.
이걸 본 참새들은 깜짝 놀라,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뭐야! 까마귀가 저기 앉아 있어도 아무 일도 없잖아"라며 우르르 그 근처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자기들을 속여온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채고 말았습니다.
"고작 구부러진 대나무 따위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그러면서 참새들은 활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할아버지의 아들이 말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활 같은 걸 들고 있는 허수아비가 어디 있어요. 다른 논밭 어디든 총을 든 용맹한 허수아비가 서 있을 거예요."
이 말을 듣고 다키치 할아버지는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렇겠구나. 활 따위가 뭘 할 수 있겠어. 옛날 새들이나 알지, 요즘 새들은 뭔지도 모를 텐데."
그리고 할아버지는 활이 아닌 총을 들고 서 있는 허수아비를 만들었습니다.
"한번 보렴, 이 정도면 괜찮지?"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네, 아주 잘 만드셨네요."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이걸 본 참새들은 벌벌 떨었습니다.
"저건 총이란다. 가까이 다가가면 '탕' 소리를 내며 모두를 죽이고 말 거야." 어미 참새는 새끼 참새에게 일러주었습니다.
그런데 예의 건망증 심한 까마귀가 날아와 허수아비 위에 앉았습니다.
"어쩔 셈이지?" 할아버지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까마귀가 말했습니다.
"알고 있다구요. 뭘 들고 있어도 쏘지 못한다는 걸요. 멍청이, 멍청이!" 까마귀는 비웃었습니다.
다른 새들은 까마귀의 용기에 감탄했습니다. 이제까지 바보 취급당하던 까마귀가 가장 영리한 새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참새들은 허수아비를 얕보고 벼 이삭을 쪼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지만, 어느 날 할아버지의 아들이 쏜 진짜 총에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언제나 멍청함과 영리함은, 한눈에 구분할 수 없는 법입니다.
*AI로 이미지 생성했습니다.
"전승된 공포와 눈앞의 실재 사이,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일본의 안데르센'이라 불리는 오가와 미메이의 날카로운 우화, 〈까마귀와 허수아비〉입니다. 짧고 평이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끝에 남는 여운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작품 속 '활을 든 허수아비'는 다키치 할아버지의 실력과 결합하여 새들에게 절대적인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실재하는 위협이 자연의 조화, 즉 할아버지의 노화와 더불어 사라지자, 활은 그저 '구부러진 대나무'라는 본질을 들키고 맙니다. 아들이 들고 온 '총'은 근대화된 새로운 위협을 상징하며, 과거의 공포가 아닌 현재의 실재를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닥칠 비극을 예고합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건망증 심한 까마귀입니다.
기존 권위에 대한 도전: 남들이 전승된 공포(활)에 묶여 있을 때, 까마귀는 유일하게 그 허상을 꿰뚫어 봅니다.
판단 착오의 비극: 과거의 허상을 밝혀낸 성공 경험은 까마귀를 자만하게 만들었고, 결국 '진짜 위험(총)'마저 허상으로 치부하게 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게 합니다.
미메이는 마지막 문장을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멍청함과 영리함은 한눈에구분할 수 없다"라고 말이죠. 까마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진실을 본 영리한 새였을까요, 아니면 생존의 본능마저 망각한 어리석은 새였을까요?
유튜브에서 일본어 원작을 자막, 한국어 낭독으로 들어 보세요~!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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