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메노 규사쿠 '캐러멜과 눈깔사탕' -과자들의 전쟁

[일본 아동 문학 03] 유메노 규사쿠 원작 キャラメルと飴玉

by YOU EUNKYOUNG

캐러멜과 눈깔사탕 (キャラメルと飴玉)

원작: 유메노 규사쿠 | 번역: 유은경


캐러멜과 눈깔사탕이 과자 상자 안에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야, 이 눈깔사탕 멍청이 녀석아!! 너는 그저 동글동글하니 달기만 했지, 뭣도 아니잖아. 나를 좀 보라고. 번듯하게 옷을 입은 데다가 사각형 집 안에 들어있잖아. 너 같은 건 옷을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잖아. 네 꼴 좀 봐라,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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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깔사탕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성을 냈습니다.

“실례되는 말 마라! 집에 있을 때는 알몸이지만, 밖에 나갈 때는 삼각형 종이 옷을 제대로 차려입고 나간다고. 애당초 너는 이름부터가 건방져. 캐러멜이라니, 거만한 낯짝을 해가지고는. 일본에 있으면 좀 더 일본다운 이름을 붙이라고!”

“이 자식,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캐러멜이 잘못이라면 카스텔라는 스페인 말이라고! 슈크림이든 와플이든 모두 그래. 과자에는 다 서양 이름이 붙어 있잖아. 사탕이니 전병이니 하는 건 다 값싸고 맛없는 과자들뿐이라고!”

“거짓말 마! 양갱 같은 건 너보다 훨씬 고급이라고! 콘페이토(별사탕)는 러시아 말에서 온 이름이지만 나보다 훨씬 맛없고, 웨하스(웨이퍼) 같은 녀석을 보라고. 아무리 먹어도 먹은 것 같지도 않잖아!”

“바보 같은 소리! 저래 봬도 몸에는 꽤 좋다고. 특히 나한테는 우유가 들어있어서 너보다 훨씬 고급이야!”

“이 자식이, 나한테도 계피가 들어있거든! 계피는 약이 된다고. 네놈 속에 우유가 얼마나 들었길래 그렇게 잘난 척이야!”

“뭐가 어째, 가소로운 게!”

“뭐가 어째, 건방진 게!”

결국 둘은 서로 치고받으며 한바탕 큰 싸움을 벌였습니다. 아까부터 구경하고 있던 캐러멜의 친구인 민트, 봉봉, 초콜릿, 드롭스와 눈깔사탕의 친구인 알사탕, 왕사탕, 맛동산, 옥춘당 등도 '이때다' 싶어 달려들었습니다. 양편이 한데 뒤섞여 북새통을 떨며 서로 밀치고 붙잡고 싸우는 사이, 결국 서로에게 끈적하게 달라붙어 꼼짝도 못 하게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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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꼬마 도련님이 달려 나와서 과자 상자 뚜껑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엄마! 큰일났어, 큰일! 과자들이 싸우고 있어!”

어머니도 달려와 이 광경을 보고는,

“이거 보렴. 같이 넣어두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니? 내가 조각내 줄 테니까 누나랑 형이랑 같이 간식으로 먹어 치우렴”

이렇게 말하고 나서 어머니는 쇠망치를 가져와 과자들을 와작와작 두들겨 부수어버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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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12월)


* 일본의 전통 과자에 대해서

元禄 (겐로쿠, 알사탕) : 시대의 화려함을 담은 알록달록한 사탕.

西郷玉 (사이고다마, 왕사탕) : 사이고 다카모리의 이름을 딴 큼직하고 둥근 사탕

花林糖 (카린토, 맛동산) : 밀가루 반죽을 튀겨 설탕 옷을 입힌 검은 색 막대과자

有平糖 (아루헤이토) : 포르투갈에서 건너온 설탕 공예 과자, 한국 제사상에 오르는 알록달록한 '옥춘'과 그 질감이 비슷


*AI로 이미지 생성했습니다.




〈캐러멜과 눈깔사탕〉 — 부서진 후에야 비로소 하나가 되는 법


"서로의 '이름'과 '성분'을 가지고 다투던 과자들의 유쾌하고도 씁쓸한 한바탕 소동"

근대 과자들의 자존심 대결: 서양에서 건너온 세련된 '캐러멜'과 전통의 맛을 지키는 '눈깔사탕'의 싸움은, 근대화 시기 일본이 겪었던 문화적 갈등을 과자들의 입을 빌려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작품입니다.

어른이 읽어도 즐거운 우화: "우유가 들었네", "계피가 들었네" 하며 투닥거리는 과자들의 모습은, 사실 본질보다 겉치레와 명분에 집착하는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춥니다.

망치가 가져온 화해: 서로 엉겨 붙어 꼼짝달싹 못 하게 된 과자들을 쇠망치로 부수어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어머니의 모습은 이 소설의 백미입니다. 각자의 고집을 꺾고 '부서졌을 때' 비로소 타인과 나누어질 수 있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유메노 규사쿠다운 경쾌한 결말로 보여줍니다.




유메노 규사쿠 (夢野 久作, 1889~1936)


"기괴한 상상력 이면에 숨겨진,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일본 기괴 문학의 거장: 일본 3대 기서(奇書) 중 하나인 《도구라 마구라》의 작가로 유명합니다. '유메노 규사쿠'라는 필명 자체가 큐슈 방언으로 '언제나 멍하니 꿈만 꾸는 사람'을 뜻할 만큼, 그는 독보적이고 환상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다재다능한 예술가: 승려, 기자, 농장 경영자 등 독특한 이력을 지녔으며, 이러한 다채로운 경험은 그의 소설 속에 기묘한 리얼리티를 부여했습니다.

동심의 기록자: 괴기 소설로 이름을 떨쳤지만, 사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수많은 동화를 쓴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동화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공존하는 보석 같은 작품들입니다.




유튜브에서 일본어 원작을 자막, 한국어 낭독으로 들어 보세요~! <여기를 클릭>


[일본근대환상문학]시리즈

01. 하라 다미키, 〈지붕 위에서〉 보러 가기

02. 니이미 난키치,〈빨간 양초〉 보러 가기

03. 오가와 미메이, 〈달밤과 안경〉 보러 가기

04. 하라 다미키, 〈휘파람새〉 보러 가기

05. 니이미 난키치, 〈사탕〉 보러 가기

06. 오가와 미메이, 〈까마귀와 허수아비〉 보러 가기

07. 무로 사이세이, 〈신비로운 물고기〉 보러 가기

08. 나쓰메 소세키, 〈열흘 밤의 꿈-첫날 밤〉 보러 가기

09.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묘한 이야기〉 보러 가기

10. 다자이 오사무, 〈기다림〉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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