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신혼의 리듬 충돌

우리는 같은 집, 다른 시간에 산다(은나무)

by 유블리안






결혼을 하면
모든 게 자연스럽게 맞춰질 줄 알았다.

잠드는 시간도,
일어나는 시간도,
밥 먹는 시간도.

근데 막상 같이 살아보니
맞춰지는 게 아니라
부딪힌다. 아주 사소한 데서.

그리고 그 사소한 게
생각보다 매일매일이다.


아침 7시.

내가 아직 꿈속에서
예약 손님 머리를 자르고 있을 때
도환 씨는 이미 하루를 시작한다.

커튼을 여는 소리.
커피 머신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결정타.

“자기야, 아침이야.”

… 아침은 무슨 아침이야.
나한텐 이게 새벽이지.

“으으… 도환 씨… 불 좀 꺼…”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고
최대한 세상과 단절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남자는 포기할 줄 모른다.

“일어나야지. 출근해야지.”

출근은 당신이 하지,
왜 내가 같이 해야 하냐고요.

나는 잠결에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는다.
솔직히 말하면
일어나기 싫어서라기보다는
이 시간의 체온이 아까워서다.

“자는데 깨우는 사람이 제일 나쁜 사람이에요…”

투덜거리면서도
그의 손이 등을 토닥거리는 건
은근히 좋다.

그러니까 더 일어나기 싫어지는 거고.



문제는 밤이다.

밤 11시가 되면
나는 이제야 정신이 또렷해지고
도환 씨는 배터리 5%가 된다.

“도환 씨, 우리 뭐 하나만 보고 자요.”

“지금…? 나 졸린데…”

“아 딱 한 편만. 진짜 딱 한 편.”

나는 진짜 ‘한 편’만 볼 생각인데
문제는
한 편이 끝나면 내가 더 깨어난다는 거다.

옆을 보면
도환 씨는 이미 반쯤 잠들어 있다.
눈은 뜨고 있는데
정신은 다른 행성에 가 있음.

그래도
내가 웃으면 웃고,
내가 기대면 가만히 받아준다.

그게 참…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누가 맞고 틀린 게 아니라
그냥 다른 리듬으로 사는 사람 둘이라는 걸.

나는 밤에 살아 있고,
도환 씨는 아침에 살아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하루의 시작과 끝은
항상 같이 있다.

내가 늦게 자면
그는 조용히 먼저 나가고,
내가 늦게 일어나면
그는 커피를 내려놓고 기다린다.

그리고 그 커피 냄새에
결국 내가 진다.

“도환 씨… 커피 냄새 너무 반칙이야…”

부스스한 얼굴로 거실로 나오면
그는 이미 출근 준비를 다 끝내고
나를 보고 웃는다.

“잘 잤어? 우리 올빼미 부인.”

그 말에 괜히 웃음이 난다.



연애할 땐 몰랐다.
이렇게 사소한 생활의 차이가
사랑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같은 시간에 자지 않아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지 않아도,

결국
같은 집에서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건너간다는 게.

나는 그의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살짝 얼굴을 올려다본다.

“도환 씨.”

“응?”

“우리 이렇게 안 맞는데…
왜 이렇게 편하지?”

그는 대답 대신
가볍게 입을 맞춘다.

아침과 밤이 부딪히는 집.
종달새와 올빼미가 같이 사는 집.

완벽하진 않지만
이상하게 계속 웃게 되는 신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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