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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방 고라니 Jun 20. 2021

진짜 커피? 가짜 커피?

그래도 커피 없으면 못 살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한 날이었다. 평소처럼 일하기 위해 모닝커피를 마시며 텐션을 올렸다. 출근하면 그날 할 일을 훑고 대략적인 일정을 그리면서 업무를 시작한다. 동시에 이것저것 잡다한 것을 처리한다. 커피 때문인지 머리가 빨리 도는 느낌이라 업무 효율도 좋은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오전은 정신없으면서도 시간이 빨리 간다. 문득문득 모니터 오른쪽 밑에 표시된 시간을 보면 30분, 1시간씩 훅훅 지나가 있다. 적당하게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요즘 회사 건물 테라스나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가끔 밥을 먹는다. 햇볕을 가리는 천막 덕분에 맑은 날에도 그늘 밑에 앉을 수 있다. 사무실 안에만 있다가 야외 풍경을 보며 밥을 먹으면 기분이 꽤 괜찮다. 그날 점심도 그렇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편의점에서 3,000원짜리 샌드위치와 캔 음료를 하나 샀다. 그리고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식사를 빨리 끝내고 근처 공원을 한 바퀴 걸었다.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한 잔 샀다. 가격은 3,500원이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씩 마시며 군데군데 그늘진 공원을 걷는 시간은 좋다. 역시 가끔은 나무가 가진 초록색을 봐야 한다.




만족스러운 점심시간이었다. 아주 맛있는 점심을 먹진 않았지만 배도 적당히 채우고 맛있는 커피와 함께 산책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점심때 사용한 금액은 대략 7,000원 정도였다. 식사 값보다 음료값이 더 비싸긴 하지만 이상한 소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점심 값을 이렇게 쓴다면 허세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산 모닝커피 값까지 더하면 식사값보다 음료값이 더 나가는 상황이다. 




그래도 내 입장에서 하루 커피 두 잔은 과소비가 아니었다. 조금 더 변명을 하자면 아침 커피와 점심 커피는 용도가 달랐다. 가끔 동기에게 커피 값으로 핀잔 아닌 핀잔을 주는 부장 얘기를 듣는다. 자신은 몇 천 원씩 주고 카페를 가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사무실에 비치된 커피 머신에서 먹는 커피가 맛도 좋고 돈도 절약할 수 있어 좋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용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굳이 나누자면 생필품과 기호 식품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 외 다양한 용도가 더 존재한다. 그 모든 걸 하나로 보는 부장님은 아무것도 모른다.




트위터에서 진짜 커피와 가짜 커피라는 재밌는 트윗을 본 적 있다. 가짜 커피는 출근한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카페인으로 머리를 한대 치려고 마시는 커피이고, 진짜 커피는 일할 때를 제외하고 마시는 커피라고 했다. 표현을 더 빌려오자면 진짜 커피는 ‘피곤하지 않은 육신으로 편한 복장을 한채 오후의 따뜻한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이 부는 곳에서 예쁜 인테리어의 가운데 앉아 고풍스러운 음악을 들으며 마시는 커피’라고 한다. 커피에 대해 내린 정의와 표현이 재밌어서 기억에 남았다. 이 트윗에 따르면 내가 산책하면서 마신 커피는 진짜 커피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전히 출근하면서 모닝커피를 산다. 회사에서 커피 먹고 더 열심히 하라고 하진 않았지만 출근하면서 모두 커피를 산다. 다들 커피 없이 일할 수 없는 몸이 돼버린 듯하다. 그리고 주말에는 진짜 커피를 마시러 이쁜 카페를 찾아간다. 가만히 트윗을 곱씹어보니 모닝커피 맛이 평소보다 조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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