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상징

1

by ZAMBY




“점이 있네. 여기에?”


머리를 묶어주던 너는 내 뒷덜미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봄이 오고 있었다.

나는 스물넷이었고 너는 스물셋이었다.


머리카락을 한데 올려 야무지게 고무줄로 감싸는 네 손이 신기해서

종종 너에게 내 머리를 맡기곤 했다.

너는 내 몸의 표징을 뒤늦게 확인한다.


“점이 있는 줄 몰랐다. 귀엽네.”


“시험 칠 때나 공부할 때 자꾸 손이 가. 만지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나는 웃으며 내 목 뒷덜미에 살짝 튀어나온 점을 만졌다.


“그래? 나도 초조하거나 불안할 때 만지면 효과가 있을까?”

확인해 보려는 듯 너의 손가락이 닿았다. 간지러워 웃음을 참았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몸에 어떤 상징으로 상대를 기억하던데.

널 잃어버리면 이걸로 찾으면 되겠다.”


“너 혹시 내가 죽는 장면을 생각하는 건 아니지? 얼굴 없는 여자. 그런 거?”


너는 벤치를 가로질러 있던 몸을 돌려 앉으며 말했다.

“아니. 혹시 내가 시력을 잃거나 기억상실증에 걸릴 수도 있으니까.”


“뭐야. 너 드라마 너무 많이 본 거 같아.”

우리는 웃었다.


“나는 네가 머리를 올려 묶을 때가 좋아. 그리구 저 점도 마음에 든다. 나한테 팔아.”


“안 사도 돼. 다 니 거야.”

나는 웃으며 목뒤에 닿은 네 손을 잡아당겨 내 어깨 위로 얹었다.


“정말? 다 내 거야?”


“그럼 다.”

우리는 만족한 듯 웃으며, 햇살 아래서 느리게 오후를 보냈다.


너는 복학을 앞두고 새벽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

장학금을 받고 돈도 많이 벌면 차 안에서 데이트를 하자며 너스레를 떨었다.

등록금을 벌어보려 휴학했던 네가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기쁘고 기특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멀어지게 되면 어쩌나.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멀어졌다.


편의점이 그렇게 바쁜 곳이야? 09:20 pm-

바빠. 나중에 마칠 때 전화할게. 10:40 pm-

됐어. 나 그 시간에 자고 있을 거야. 10:41 pm -


봄의 너와 봄이 지나가는 시절의 네가 너무 달라서

나는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폐기 전의 샌드위치를 먹으며 밤을 새우는 네 고단함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마음이 변한 건가' 같은 생각에 초조할 뿐이었다.


내가 퉁명스럽게 너의 전화를 받거나,

네 빈자리에 다른 사람을 밀어 넣어 바쁜 저녁을 보내는 모양새를 연출하면

너는 별말 없이 전화를 끊거나.

내 메시지를 모르는 척 넘겼다.

그러면 나는 저녁 내내 전화기를 만지작거렸다.


봄은 늘 그렇듯 짧고 변덕스러웠다.


우리는 그해 여름 초입에 헤어졌다.


그리고

너에게 주었던 점은,

돌려받지 못한 영토로 남았다.


기억으로 몸에 새겨져 오랜 시간 돌아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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