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7을 심리학으로 분석하다

수치를 내세운다는 건, 길을 잃었다는 뜻

by 황준선

IT기기와 동향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갤럭시나 아이폰 등 굵직한 행사들이 있을 때마다

이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흥행을 예측하는 글들을 꾸준히 써왔다.

예측이 꽤나 정확했기에 나 스스로도 놀랍고 흥미로웠다.


이번 아이폰 17에서는 그간 제기되어 온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사실 아이폰 15 때부터 꾸준히 예측되어 온 결과이기도 하다.


아이폰 17 발표, 무엇이 달랐나

이번 아이폰 행사에서 애플 관계자들이 중점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자.

아이폰 17: 색깔 예쁘죠? 더 커진 6.3인치 크기, 3000 nits 밝기, 긁힘에 3배 더 강해짐, 10분 충전으로 8시간 영상 시청 가능

아이폰 에어: 5.6mm 역대 가장 얇은 크기, 3000 nits 밝기, 긁힘에 3배 더 강해짐, 세라믹 쉴드로 유리 파손으로부터 4배 더 강해짐

아이폰 17 프로: 베이퍼 챔버로 열 관리 강화, 이전 티타늄 대비 20배 향상된 열 관리, 세라믹 쉴드로 뒷면 파손에 4배 더 강해짐, 한 번 충전으로 39시간 영상 시청 가능, 56% 더 커진 센서로 카메라 성능 향상, 게임 성능 개선...


전반적인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잘 안 긁혀요,

잘 안 깨져요,

그리고 카메라 좋아요.


출처: 애플 유튜브
근데, 그래서 어쩌라는 걸까요?


애플다움의 상실

애플 유저들이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가

정말 튼튼함과 좋은 카메라 때문일까?


애플이 사용자들을 매료시킨 진짜 힘은

애플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바뀔 내 삶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었다.


더 빠르고 밝은 화면을 가진 직사각형의 새 전자기기를 손에 넣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

더 커진 화면을 통해 내가 어떤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을지,

더 빨라진 속도가 내 삶에 어떤 영감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상상이었다.

애플 에어팟 광고

그리고 애플은 그 메시지를 '빨라요! 밝아요!'라는 직설적 표현이 아니라,

디자인, 터치감, 색상, 기능적 요소, 기술 등을 한 방향으로 응집시켜 전달했다.

마치 네모난 기계 안에 각자의 역할을 완벽히 아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모여있는 느낌이었다.


조명부터 촬영, 시나리오, 편집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웰메이드 영화 같은 감동을

그 조그마한 기계 속에서도 느끼게 만드는 것이

바로 애플만의 '감성'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에어팟 1세대 광고였다.

무료하고 지친 표정의 주인공이 에어팟을 착용하고 밖으로 나서자,

흑백의 도시 풍경 속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펼쳐진다.

트램펄린을 활용한 행위 예술 같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짧은 무성영화처럼,

탁월한 선곡과 영상미로 완성된 작품이었다.


아무런 설명 없이도 에어팟이 주는 양손의 자유로움,

에어팟을 착용하면 지루한 일상도 흥미로운 예술이 될 것 같은 설렘이 있었다.


"기계가 그냥 기계지, 비싼 돈 주고 샀으면 비싼 것, 좋은 것 잔뜩 담은 게 최고다!"라며

그 '감성'을 비웃던 사람들에게 항상 뛰어난 제품과 흥행 성적으로

한 방 먹이며 증명하는 것이 애플다운 행보였다.


숫자에 갇힌 애플

그러나 지금의 애플에서는 그런 매력을 찾기 어렵다.

어느새 아이폰 발표는 [74% Faster], [1.5x Brighter] 등의 수치들만 멋있게 나열할 뿐이다.


영화로 비유해 보자.

최근 F1 영화가 흥행했고, 그 중심에는 주인공 브래드 피트가 있었다.


영화 포스터 속 브래드 피트는 흰 F1 드라이버 유니폼을 입고

다부진 몸매와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중후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보여준다.

F1 더무비 포스터

그런데 만약 F1 영화를 광고할 때 이런 문구를 썼다면 어땠을까?

"브래드 피트! 만 61세 나이, 그러나 연령대 평균보다 근육량 2.5배 많고, 지방 2배 적은 상태!"

"탑건 매버릭보다 1.5배 높은 제작비 2.5억 달러 투자!"

누구도 영화를 보고 싶다는 기대를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애플이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식의 접근이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숫자가 아니라,

그렇게 나아진 성능이 내 현재와 미래에 어떤 변화와 설렘을 가져다줄 것인가이다.


이는 심리상담이나 심리 관련 콘텐츠에서도 마찬가지로 느낀다.

"심리상담 후 우울감 25% 감소, 행복지수 2배 증가"라고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의 나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우울감이 낮아지고 행복이 높아진 것이

상담을 받은 그 사람에게 어떤 구체적인 의미와 변화를 가져다주었는가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애플의 메시지가 이랬다면 훨씬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당신의 삶을 꾸며주지만, 당신의 본모습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나요? 꾸며내고, 합성하고, 누군가가 만들어준 모습만 보여주기 위해 껍데기에만 신경 쓰는 우리. 이제 이렇게 단단하고 튼튼해진 아이폰으로 케이스 없이도 당신의 진짜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주세요."

그리고 과감하게 공식 폰 보호 케이스 판매를 중단하고,

애플케어를 통해 어떤 경우든 파손으로 인한 수리를 전면 무상으로 전환했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그 후에 나지막하게

[세라믹 쉴드, 깨짐에 4배 더 강해진 내구성]이라는 기술적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말로 단단해졌다는 게 이번 제품의 궁극적 목표였다면 말이다.




기술과 기능을 강조하는 것은 삼성이 더 잘한다.

그리고 삼성은 AI 기술 진보라는 거대한 흐름에 편승하여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잘 작동하는 AI 기술만 보여줘도,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사용자가 직접 찾고 응용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숫자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를 찾아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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