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가 먼저인가? 다이어트가 먼저인가?
여행을 다녀오면 체중이 2~3킬로는 정도 느는 거 같다. 요즘은 어딜 가도 맛집이 있고, 그 집 음식을 먹으려면 줄을 서야 한다. 줄을 선 게 억울하긴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메뉴를 주문하게 된다. 하여간 맛없기만 해 봐라 그런 마음도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막상 음식이 나오면 왜 이렇게 또 맛이 있는지! 시킨 음식을 남김없이 싹싹 비우고 어느새 풀린 허리띠를 추스르며 식당을 나오면 나도 모르게 툭 속마음이 튀어나온다.
"나 미쳤나 봐. 이러면 요가 못 하는데... "
난 상체보다 하체가 튼실한 체형이라 하체로 버티는 요가 동작은 어느 정도 해볼 만 하지만, 상체로 하체를 드는 동작은 도무지 해낼 방법을 못 찾겠다. 여러 동작이 있지만 대표적인 건 물구나무서는 동작. 균형미 있는 체형의 그녀들은 그깟 엉덩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반짝 하체를 들어 올리는데 그 모습을 보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를 쓰는 내 모습은 애처롭기만 하다. 레깅스 입을 때 몸무게가 60킬로 이상이면 벌써 느낌이 다르다. 그 몸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안 된다. 이 상태로 그냥 TV를 보다 잠들면 내일 요가는 어쩌나? 급한 대로 러닝이라도 해보자, 딱 20분만 몸부림치다 오자 마음먹고 헬스장에 내려갔다.
새벽이나 아침에 갔을 땐 안 보이던 십 대 남자아이들이 꽤 있어 신기했다. 몸짱이 되고 싶은 건가? 게임도 하고 공부하고 바쁠 텐데 헬스장에 와서 근력운동까지 하다니! 세 명인지 네 명인지 하여간 무리를 지어 헬스장을 휘젓던 아이들이 한꺼번에 나가니 헬스장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처음 5분 정도는 가볍게 걸으면서 깊게 호흡하며 몸에 산소를 넣어준다. 걷다가 속도를 올리면 바로 손끝이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럴 때 다시 한번 의식적으로 깊게 숨을 마시고 천천히 내뱉으면 그 증상이 천천히 사라진다. 점점 속도를 높여 달리는데 역시 질량보존의 법칙은 내 몸에도 적용이 되는지 엉덩이에 주머니 하나를 달고 뛰는 느낌이다. 헉헉 숨이 가빠오고, 깊은 호흡으로도 조절이 안 된다. 후회가 밀려온다. 적당히 먹을 걸... 그래도 처음 마음먹은 20분에서 멈추지 않고 20분을 보태 40분을 채웠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TV를 보며 실내 자전거를 20분 추가한 후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숨을 고르니 양 뺨에서 불이 난다. 지글지글 끓는 느낌이다.
"엄마 진짜 대단해!"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이렇게라도 해야 요가인으로 살 수 있다. 그런데 나 종종 궁금했다. 요가를 해서 날씬해지는 건지, 날씬해야 요가를 할 수 있는 건지. 도대체 무엇이 먼저일까? 아직은 요가의 모든 아사나를 즐길 만큼 내 몸이 날렵하진 않지만 그래도 3년 전 요가 처음 시작할 때 제대로 앉는 동작도 못했던 거 생각하면 지금은 그나마 해볼 만하다 싶은 순간도 가끔 있다. 힘들어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생각이다. 이렇게 몸부림치며 꾸역꾸역 60킬로 미만의 체중을 유지하면서 열심히 수련하다 보면 코어와 복근, 팔의 전완근 등 상체에 슈퍼 파워 근육이 생성 돼 나의 거대한 하체를 번쩍 들어 올리는 물구나무서기도 언젠가는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