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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 May 24. 2019

[뮤지컬 추천]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소외된 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

(원본 출처 :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8010446)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2005년 첫 공연을 올리고 무려 15년째 롱런(long run : 장기 흥행하는 작품을 의미)하는 작품입니다. 초연 당시 소극장 뮤지컬 최초로 제12회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 작사/극본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 창작 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 뮤지컬의 극작, 작사 및 연출을 맡은 장유정 연출은 한국 창작 뮤지컬 분야에서 정말 중요한 분으로 꼽힙니다. 제가 이전에 올렸던 뮤지컬 추천 글 중에서 '김종욱 찾기', '그날들'이 모두 장유정 연출의 작품이죠. 한국 창작 뮤지컬 시장에서 하나의 작품이 성공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롱런하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의 성공은 주목할만한 성과입니다. 


 이 작품의 탄생은 장유정 연출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에 재학 중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녀는 한 달 반가량의 꽃동네 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뮤지컬 '드레싱 해드릴까요?'를 썼습니다. 이 작품을 대학로 무대에 선보이면서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제목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작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재학 중이었던 김혜성 씨가 맡았습니다. 김혜성 작곡은 장유정 연출의 첫 작품인 뮤지컬 '송산야화'를 함께 했는데, 장유정 연출은 뮤지컬 '송산야화'가 삼국유사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전통예술원에 다니던 그녀에게 작곡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이 콤비의 활약은 이후에 뮤지컬 '김종욱 찾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여담으로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드레싱 해드릴까요?' 공연 이후에 사흘 만에 써낸 작품이라고 하네요.


시놉시스 및 캐릭터

가톨릭 재단의 무료 병원, 반신불수 환자 최병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게다가 병원 바깥에는 차도 다니기 어려울 만큼 눈이 쌓여 고립된 상황!
연말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부금을 받는 데 일조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띈 그의 실종에 새로운 병원장 베드로는 당혹해하는데...
베드로는 최병호가 병원 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던 점에 주목해
같은 병실 환자 정숙자, 이길례 그리고 그들의 담당의 닥터리,
병실 키퍼인 김정연을 차례로 만나 최병호의 행적을 추적하며
그들의 숨겨진 사연과 비밀에 다가서기 시작하는데...

과연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최병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모두가 잠든 사이에...


- 최병호 : 난폭한 성격으로 병원 내 평판이 좋지 않다.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반신불수의 그는 과연 어두운 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 베드로 : 환자의 실종으로 당황한 병원장이자 신부. 결벽증의 소유자이나 깐깐한 성격의 그는 병원 내 사람들을 하나둘 만나며 최병호의 행방을 추적한다.

- 닥터리 : 병원 최고의 인기스타이자 훈남 의사. 현실은 연애는 꿈도 못 꿀 꽃동네 병원 3년 차 레지던트.

- 이길례 : 10대 때의 첫사랑과 아픈 기억을 마음에 담아두고 사는 치매 환자. 욕쟁이지만 심성은 고운 할머니.

- 정숙자 : 한 때는 도도하고 섹시한 매력의 콜걸. 지금은 호탕한 알코올 중독자.

- 김정연 : 얌전한 말투, 예쁜 얼굴, 착한 마음을 지닌 봉사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에 기쁨을 느끼지만, 가끔은 차가운 환자들에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 최민희 : 예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우울함과 잡초처럼 강한 성격을 가진 봉사자. 어릴 적 부모도 없이 혼자 자란 민희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한 겨울 혼자 꽃동네 병원을 찾아왔는데...




매력 포인트 1 : 따뜻한 힐링 뮤지컬

 장유정 연출의 꽃동네 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뮤지컬은 시종일관 소외된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반신불수 환자, 알코올 중독자, 치매 환자... 그리고 병원에서 일하는 병원장 신부, 의사, 자원봉사자. 이 뮤지컬은 각 주인공이 본인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옴니버스식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옴니버스식 형식이란, 공통의 주제 혹은 소재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독립된 이야기가 모여진 형식을 의미합니다. 뮤지컬 '빨래', '여신님이 보고 계셔'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작품의 큰 흐름은 사라진 최병호를 찾는 것이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픔을 지닌 주인공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사연을 마냥 어둡게 표현하는 대신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매력 포인트 2 : 개성 강한 캐릭터

 각 캐릭터가 매력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합니다. 병원장이자 신부인 베드로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진지한 성직자의 모습이 아닙니다. 무료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환자들을 다큐멘터리에 출연시켜 기부금을 모으려고 하는 위선적인 개그 캐릭터로 표현했습니다. 착한 성격의 김정연은 '안 착한' 모습을 보일 때 반전 매력이 가득하죠. 정숙자 캐릭터는 말투는 거칠지만, 정이 가득합니다. 이와 달리 최병호는 도무지 정이라고는 없고 무뚝뚝하기만 합니다. 이 다양한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케미를 보고 있으면, 배우들이 합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많이 연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력 포인트 3 : 편지 전달 이벤트

 이 뮤지컬은 공연 중간에 길례의 첫사랑인 집배원 소년이 관객에게 편지를 대신 전달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깜짝 이벤트를 원하는 분이라면 티켓을 사기 전에 이벤트 가능한 날짜 확인하시고 응모하시면 됩니다. 제가 공연을 보러 갔을 때는 함께 보러 온 여자 친구에게 쓴 편지도 있었고, 아들이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에 이 뮤지컬 티켓을 선물하면서 남긴 편지도 있었습니다. 이런 이벤트는 아마도 이길례 캐릭터가 과거로 돌아가면서 의상 및 분장을 바꾸기 위해 집배원이 시간을 끌어주면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는 드물기 때문에 이벤트 참여하셔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장유정 연출의 다른 뮤지컬 작품인 '김종욱 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그날들'을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이 작품 또한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기 때문에 남녀노소 즐길 수 있으며,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겨울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연을 보고 싶은 분에게도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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