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천년고찰 108배 프로젝트 | 열한 번째 108배]
"천년고찰 108배 프로젝트 계속할 거야?"
"당연하지!"
보문사를 마지막으로 목표했던 10개 천년고찰에서 108배를 하는 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아이에게 목표를 30개로 늘려서 프로젝트를 계속해보겠냐고 물었더니 더 해보고 싶단다. 108배를 할 때마다 작은 성공의 경험을 얻게 되는 게 아이에게 꽤나 큰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보문사를 나와. 차를 타고 석모도에서 강화도로 넘어온다.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시각이라 전등사 근처에 있다는 한식집으로 내비를 찍는다. 강화도는 꽃게나 밴댕이, 장어 같은 게 유명하다는데 아이가 비린 걸 싫어해서 찾아두었던 음식점 중 가격도 착한 한식집으로 향한다. 배가 고파 감자전과 곤드레밥, 낙지덮밥 2인분을 시켰다. 반찬 하나하나 다 맛있었는데 가격도 착해 만족스럽게 식사를 했다.
식당 근처에 성공회 건축물이 있다길래 배도 식힐 겸 건물을 보러 간다. 먼 거리에 있는 줄 알았는데 식당 바로 옆 민가들 사이에 있었다. 구한말에 세워졌다는 온수리성공회 성당은 우리나라 최초 한옥 성당이란다.
건축물은 한옥과 유럽에서나 볼법한 건축 구조가 절묘하게 조합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외형은 분명 한옥인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유럽의 여느 성당과 같은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양식은 외래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예배당은 석조 건물이었는데 마치 구한말 그대로인 것처럼 보존되어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대극에 나올법한 모습이라 신기했다. 예배당 안과 밖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아무도 없어 들어가면 실례가 될까 봐 고개를 빼 빼꼼 구경만 하고 나왔다.
다시 차를 달려 전등사로 간다. 보문사와 달리 전등사는 입장료는 없고 주차비만 있었는데 3,000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가는데 한 무리의 중국인 관광객이 오르고 있어서 시끌시끌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피해 전등사에 올라 경내를 구경한다. 전등사는 사방으로 문이 4개가 있고 성벽이 둘러싸여 있었는데 원래 성 안에 절이 생긴 거고 지금은 절만 남은 상태라 사천왕문이 아니라 성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381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 창건된 전등사는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단다. 창궐 당시 '진종사(眞宗寺)’라 불렸는데 고려 고종 때 몽골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강화도로 임시 도읍을 정하고 전등사 경내에 가궐을 지으면서 중창하였고 이후 충렬왕 8년에는 왕비인 정화궁주가 진종사에 경전과 옥등을 시주한 것을 계기로 ‘전등사’라 사찰 명칭을 바꾸었다 한다.
전등사는 대웅전이 매우 작아서 대웅전에서 108배를 할 수 없었다. 무설전이라는 건물에 절을 하기 위한 장소를 따로 마련해 두었다. 경내를 구경하고는 무설전을 찾아 들어간다.
무설전 안으로 들어가니 새로 지어진 건물이라 바닥이 따뜻했다. 따뜻한 바닥에서 108배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책에서 봤는데 오랜 역사를 가진 대웅전은 화재 위험 때문에 바닥 난방을 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108배를 할 때마다 늘 발이 시리고 법당 안이 춥게 느껴졌었다.
아이와 108배를 한다. 보문사에 이어 오늘 두 번째 108배다. 하루 두 번 108배는 이번이 세 번째다. 처음에는 강원도 낙산사와 신흥사에서, 이후에는 서울 영화사와 봉은사에서 하루 동안 108배를 두 번 했다. 아이와 내가 108배를 하는 동안 사람들이 와서 시주를 하기도 하고, 앉았다 가기도 하고, 기도도 하고 갔다.
108배를 마치고 경내를 구경하는데 어디서 알싸한 한약 냄새가 난다. 킁킁거리며 냄새를 따라가니 찻집이 나온다. 찻집 입구에 블루리본이 잔뜩 붙어있었다. 블루리본이 붙은 절 찻집이라니.
땀도 식힐 겸, 전에 속초 신흥사에서 못 먹었던 차도 마실 겸 찻집 안으로 들어간다. 쌍화차를 시키고 안 쪽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찻집 안에는 정말 블루리본 맛집인가 싶게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천장엔 고운 조각보로 바느질한 천이 느슨하게 걸려있고, 통창 너머로 겨울 산이 보인다. 산 아래 개울이었을 자리에 얼음이 언 풍경도 눈에 띈다. 자리에 앉아 찻집 구석구석 구경하는 동안 연꽃무늬 잔에 쌍화차가 한가득 나왔다. 찻집에서 파는 연꽃빵이 궁금하긴 했는데 점심을 늦게 먹어 배가 부르고 또 저녁을 먹을 거라서 욕심을 내려놓는다.
찻집에 앉아 차 한 잔을 호로록 마시고 절을 내려온다. 산등성이로 넘어가는 해가 뉘엿거리고 있었다. 하루 108배를 두 번이나 했는데도 아이는 지치지 않는지 계속 재잘댄다. 힘들지 않냐고 했더니 힘이 난단다. 아무래도 108배 덕분에 체력이 좋아진 것 같단다.
"엄마, 나 여기 좀 만져 봐 봐"
아이가 힘이 세진 것 같다며 다리를 만져보란다. 허벅지를 누르니 전과 다르게 단단해진 게 느껴진다. 팔도 한 번 만져보란다. "와 굉장한데" 호들갑을 떨며 언제 이렇게 단단해졌냐고 감탄한다. 아이 얼굴에 뿌듯함이 한가득이다. 아이 말대로 하루 두 번 108배를 했는데도 지치거나 힘들기보다 기운이 난다.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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