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거리 소설가 Jan 18. 2024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 (10)

(10) 기소중지

나는 미진의 진술번복과 주범 강민수의 도주로 더 이상 수사를 진행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결국 나는 이번 오봉팔 살인사건을 기소중지 의견으로 미뤄둘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진도 풀려났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인천 부둣가에서 민수를 태워준 밀항선을 찾는 일 뿐이었다. 하지만 저화질 CCTV로 확인한 인천 부둣가의 배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상부에서는 성폭행범 치와와를 잡으라는 압박이 거샜다. 나 역시 더 이상 상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내 파트너 영수와 함께 의욕 없이 치와와 수사에 나섰다. 피해자들의 반복된 증언, 나오지 않는 단서, 그리고 계속되는 피해자 발생이 나를 더 무기력 하게 만들었다. 나의 그런 모습이 걱정된 영수가 내게 소주 한 잔 하자며 위로를 건냈다.     

 

 “너 요즘 너 답지 않게 힘들어 보인다? 아직도 그 오봉팔 사건 때문에 그런거야?”

 “맞아.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꾸 그 사건이 눈에 밟히네. 치와와 이 세끼는 언제 그만두는 거야?”


 내 공허한 푸념과 한숨에 영수는 딱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봤다. 그리곤 자신의 서류가방에서 서류봉투에 담긴 공문과 그에 붙어 있는 첨부문서를 내게 건냈다. 


 “이게 뭐야?”

 “잘 봐봐”     

 공문은 중국어로 쓰여있고, 그 내용도 모두 중국어였다. 나는 중국어를 하지 못했으므로, 영수가 내게 왜 이 서류를 주었는지에 대해 재차 물었다.      

 “이 서류는 내가 두 달 전에 중국 공안에게 보낸 문서야, 아무래도 인천을 출발했으면, 그 루트로 중국에 도착했을 것 같아. 그 쪽의 CCTV에 한국인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혹시 찍혔는지 부탁하는 공문이었지.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이 어제 왔어. 그 공문 뒷 장을 넘겨봐”


 나는 영수가 이야기한 데로 공문을 넘기고, 이목구비가 식별될 정도의 사진 한 장을 바라봤다. 그리곤 소리쳤다.     

 “강민수?”

 “맞어, 강민수야. 두 달 전 쯤 찍혔다고 하더라고, 그 놈 지금 중국에 잘 도착해서 아마 살 고 있을거야”

 “절망 적이네, 이렇게나마 확인해서 다행이긴 한데, 중국이라니. 그냥 포기하라는 소리로 밖에 안 들린다”


 나는 공문을 내려놓으며 다시 한숨을 쉬었다. 강민수의 행적을 확인 한 것은 기뻤으나, 실질적으로 잡을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수사포기를 선언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그렇게 다시 절망하고 있을 때, 영수는 내 소주잔에 소주를 채워주며 이야기했다.    

  

 “나는 생각이 좀 달라. 지금 미진씨는 기소중지상태지만 주요 피의자로 출국금지가 내린 상태이면서 현재까지는 소재지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잖아”     


 나는 두 달 동안 상부의 지시를 어겨가며 미진을 감시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혹시나 강민수와 접촉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사실은 영수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그 사건에 대해서 집착하는 것을 알고 있던 영수는 내가 분명 미진을 멀찍이서 감시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그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맞아. 사실 몰래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어. 오늘 아침에도 집에 있는 것을 확인했지”

 “왜 인지 그럴 것 같더라. 찔러 본 것이었는데, 안 걸리게 조심해. 그거 월권이고 징계감이야”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 때 영수가 주제를 바꿔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전 09화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 (9)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