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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Jan 25. 2024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 (11)

(11) 영수의 제안

영수는 주제를 바꿔 내게 다시 이야기했다.     

 “뭐 암튼, 미진을 감시하는 부분은 네가 조심해야할 부분이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어차피 강민수도 미진이 기소중지가 돼서 풀려나지만 대신에 출국금지가 될 것 쯤은 예상을 했을 거란 말이야”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나는 영수의 말에 퉁명스레 대답하면서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영수는 내 반응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근데? 그 두 사람이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일인데, 평생 이렇게 생이별 할 까?”     

 나는 영수의 추리에 눈을 조금 치켜뜨고 집중했다.      

 “자 봐봐, 둘 중 한 명은 이동할 거야. 다시 만나기 위해서. 그런데 강민수가 미쳤다고 서울에 올까? 상식적으로 미진이 기회를 노리고 중국으로 밀항하는 게 더 현실적일 것이란 말이지”

 “그렇다는건?”

 “그래, 우리가 약을 치자”

 “약?”


 영수는 조심스레 말했다.      

 “우리가 제3의 인물을 섭외해서 그를 통해 미진에게 밀항선을 소개시켜주고, 너와 내가 변장해서 그 밀항선에 타고 같이 중국으로 넘어 가는 거야. 그리고 미진을 이용해서 강민수를 잡는 거지”


 나는 영수의 제안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 미쳤어? 그건 범죄야. 아무리 내가 잡고 싶다고 해도 그렇지...”     

 나는 영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네가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영수는 내 반응을 알고 있다는 듯이 무덤덤했다. 그리곤 자신의 잔에 소주를 채워 입에 털어 넣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강민수를 잡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어. 나는 네 오랜 친구이자 파트너야. 네가 하루 빨리 오봉팔 사건에서 벗어나서 예전에 열혈형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제안 잘 생각해봐. 니가 결심이 서면, 반장한테는 내가 잘 말해 볼게, 요즘 너 힘없는 거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걱정하고 있으니까”     

 영수는 나를 측은히 바라보고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나는 자리에 앉아 남은 술을 마셨다. 그리고 영수의 제안을 조금씩 곱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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