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명절이면 할머니 댁에서 차례 지내고 너희에게한상 가득하게 차린 음식을 먹였었는데, 지금은 멀리서 지내고 있으니 마음 같아서는 따끈한 떡국을 그곳으로 실어 보내고 싶구나.
바쁜데 명절이라고음식하려면번거로우니다른건 안해도되지만 설날에 떡국은 꼭 끓여 먹었으면 좋겠다.
엄마 어릴 때는 설전에 외할머니가 떡집에서 뜨끈뜨끈한 가래떡을 함지박 가득하게 만들어서 가져오셨어. 집에 오신 즉시,자식들에게 따뜻하고 말랑한 떡을 참기름 간장에 찍어서 먹게 해주셨었지. 아빠네 집은 꿀을 찍어 먹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그날 저녁 밖에 내놓은 가래떡의 겉면이 꾸덕하게 말랐을 때 타원 모양으로 어슷하게 떡을 써는 작업이 시작되는데 떡의 양이 많으니 진짜 오래 걸렸단다. 적당할 때 썰지 않고 놔두게 되면 딱딱해져서 썰기가 더 힘들어지니 미룰 수도 없는 작업이었지. 엄마는 그때 어려서 거들지도 못했고 외할머니가 혼자거의 다 하시고 나면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였었어. 지금은 떡국용으로 미리 썰어져서 적당한 양이 포장되어 나오니 편한 세상이지.
다음에는 국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보통 사골 뼈를 고아서 기본 국물을 만들었단다. 뽀얀 국물이 되게 하려면 뼈를 몇 차례에 걸쳐 몇 시간 동안 고아야 해서 오랫동안 지키고 해야 하는 작업이지. 한 번에 오래 끓인다고해서 진한 국물이 되는것이 아니고, 여러 차례에 걸쳐국물을 만든 다음, 나중에 기름을 걷어내고그것들을다 섞어야 제대로 된 국물을 만들 수가 있었단다.
여기에다 사골국물에 고소한 맛을 더해줄 소고기 양지를 따로 두 시간쯤 고아야 했었지. 이 국물을 사골국물과 섞고, 고기 건더기는 따로 건진 뒤 찢어서 양념하여 떡국의 꾸미로 쓰면 맛도 모양도 훌륭한 음식이 되는 거지.
마지막으로 떡과 같이 넣어줄 만두를 만드는 작업이 남았네. 엄마네 집은 떡보다 만두를 좋아해서 만두 만드는 일이 제일 공을 들이는 일이었단다. 외할아버지가 밀가루 반죽을 해서 밀대로 밀어서 만두피를 만들어주시면, 외할머니는 온갖 재료를 다지고, 물기를 짜고, 양념을 해서 무쳐서 만두 속을 만들고 외삼촌들까지 도와서 그 많은 만두를 만들고 얼리고 했었지. 그렇게 끓인, 만두가 대부분인 떡만둣국은 정말 맛있었어. 집에서 만든 만두는, 요즘 파는 만두가 찌거나 튀김에 적합한 것과는 달리, 특히 국에 넣고 끓였을 때 그 담백한 맛이 남다르단다.
간단하게 생각했던 떡만둣국이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는 건 몰랐을 거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시대야? 밖에서 한 그릇 사 먹어도 되고, 한식당이 없는 외국이라도한인슈퍼에서 간단하게 재료를 사서 옛날과 비슷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니 엄마가쉬운 방법을 알려줄께.
떡국 떡과,레토르트 사골국물과, 냉동만두는 한인 마트에 가면 팔테니 사 오고, 다진 소고기를 사서 볶아서 떡국에 꾸미로 얹으면 정말 간단하게 설 떡국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단다.
어떻게 보면 명절 음식이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밥은 먹어야 하니 떡국을 끓여 먹으면서 조상들이 왜 새해를 맞으며 이런 음식을 먹었을까 생각해 보렴. 설에 많은 친척들이 모여서 한꺼번에 특별한 음식을 먹어야 했을 때, 옛날에는 귀했던 쌀로 떡을 하고 고기 국물에다 고기와 만두까지 얹은 맛있고 영양가 있는 떡국을 함께 먹으면, 그 음식이 그해에 가족들 모두 잘 먹고 건강하라는 축복이 아니었을까?
-떡을 찬물로 한번 씻고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서 불려.(떡의 딱딱한 정도에 따라 불리는 시간이 다르지만, 불려서 손톱으로 눌렀을 때 들어가는 정도가 되어야 끓였을 때 부드러운 떡국이 된단다. 금방 한 떡이 아닌 경우에 불리지 않고 끓이면, 딱딱하고 소화 안되는 떡국이 된단다.)
-냄비에 사골 육수 한팩에물을 조금 더 넣고 끓여라.(한팩이 2인분보다 약간 적지만 물을 더 넣고 양을 조절하면 돼. 시판 육수는 이미 간이 약간 되어 있어서 그냥 끓인 후 나중에 고기 볶음을 얹으면 간이 맞게 된다.)
-다른 냄비에 물을 끓이고 냉동만두를 먹고 싶은 양만큼 넣어서 익힌 후 건져놓아라.(만두 종류는 물만두도 좋고, 왕만두도 되고, 김치만두도 좋으니 취향껏 골라. 떡이랑 만두를 함께 끓이면저을때 만두가 터져서 떡국이 엉망이 되니 귀찮아도 따로 조리해라. )
-끓는 사골 국물에 떡을 먹을 만큼 넣고 떠오를 때까지 끓이고, 한 개를 국자로 잘라봤을 때 쉽게 잘리면 잘 익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