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잘 먹고 있니? 가을이 되어 대하나 꽃게가 제철이라고 티브이에서 보여주니 가족 모두 모여 꽂게나 대게를 쪄서 먹던 기억이 나네. 아빠가 워낙 새우나 게같은 갑각류를 좋아해서 한때 러시아산 킹크랩이 싸게 들어오던 시절, 큰 걸로 사서 찐 다음 먹었었지. 고기 구워줄 때와 마찬가지로 엄마 아빠가 열심히 다리를 잘라서 살을 발라주면 둘이 홀랑 집어먹어서 몸통과 살이 별로 없는 다리 아랫부분만 남았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킹크랩도 꽃게도 워낙 비싸서 큰 걸 사서 쪄서 먹기는 힘들어졌네. 꿩 대신 닭이라고 제철 대하를 사서 굽거나 쪄서 먹는 걸로 대신하고 있단다.
작은 꽃게는 살이 많지 않아서 찜보다는 게장을 만들어 먹거나 찌개에 넣으면 맛있는 것 같아.찌개에 토막 낸 꽃게를 넣어주면 국물 맛이 장난이 아니지. 꽃게는 여러 양념중에 된장하고 제일 잘 어울리니 된장찌개를 하는게 좋겠다.
이럴 때는 굳이 살아있는 게를 넣을 필요가 없단다. 우선은 살아있는 게를 손질하는 게 만만치 않아. 수산 시장이 아니고 대형마트에서 사는 활게는 톱밥에 넣어서 파는데, 톱밥 털어내는 것도 장난이 아니고 움직이는 게를 솔로 씻는 것도 힘들고 그렇게 기껏 손질해도 게가 톱밥 속에서 기운을 빼서 살도 별로 없을 때가 있지. 몇시간을 재료 손질하고 요리했는데 먹을게 별로 없으면 정말 기운 빠진단다.
이럴 때 대형마트에서 냉동 게를 사면 손질해서 토막까지 나 있어서 편리하고 은근 살도 많아. 흐르는 물에 씻어서 그대로 넣어주면 되니 정말 간단하지.
그러니 세상의 어떤 일이든 모든 과정을 다 자기가 하려고 할 것 없어.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피곤하기도 하고, 결과물도 생각처럼 좋지 않을 때도 있단다. 전체 과정을 관리하되, 이미 만들어진 것들을 이용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야. 물론 도움받은 것을 꼭 인정하면서, 모두 자기가 한척하지만 않으면 된단다. 어차피 학문도 앞선 대가의 어깨를 딛고 얻은 성과이고, 요리도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한 것 같아도 결국 남이 만들어놓은 된장과 간장을 이용해야 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