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나는 이과수 폭포에 가야 할 것인가.
빅토리아 폭포를 가다.
왜 큰 폭포는 꼭 국경 사이에 있는지.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에 겹쳐 있다.
가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잠비아쪽과 짐바브웨 쪽이다.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서 가는 것이, 짐바브웨 수도 하레라에서 가는 것보다 가깝다.
당일치기도 된다
폭포는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서 차를 타고 달리면 한나절 걸린다. 도로 사정은 매우 양호하다.
가는 동안 창 밖의 자연도 초록색이다. 아름답다.
폭포가 가까워지면 민가가 늘어난다. 폭포 가까이 마을도 있다.
폭포로 들어가는 길목엔 마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여행객이 도착하면 나름대로 환영 퍼포먼스도 해 준다.
거기를 건너면
나무 사이로 리빙스턴의 동상이 보인다.
빅토리아 폭포를 서방세계에 알린 사람이다.
폭포가 나이아가라나 이과수와는 좀 다른 양태를 보인다.
폭포가 깊은 협곡을 형성한다. 그래서 여행자는 그 협곡을 사이에 두고 폭포를 만나게 된다.
계곡 건너 반대쪽에서 폭포의 물 떨어짐을 비교적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나이아가라처럼 폭포가 호수를 이루고, 배를 타고 접근하는 상황은 아니다.
소리는 엄청나게 크다. 물도 많고 소리도 크고 그냥 정신이 없다.
협곡을 따라 걷다 보면 물에 빠진 생쥐가 된다.
오. 자연의 경이로움이여.
왜 폭포이름에 영어를 사용합니까. 나이아가라나 이과수는 현지 언어입니다.
나는 안내원에게 물었다.
안내원은 씩 웃으며 말한다.
잘 모르겠단다. 본래 부르던 이름이 있긴 했다고 전해진단다. 지금은 자신들도 그냥 빅토리아라고 부른단다,
지금 생각하니까 괜한 질문을 했던 것 같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다
업무상 토론토에 출장을 갔다가, 토론토에서 투어로 나이아가라를 갔다. 그게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기회로 두 어번 더 갔다.
가족들 모두와도 함께 간 적이 있다.
캐나다 쪽으로도 갔고, 미국 쪽으로도 갔다.
그리고 이제 이과수에 가려한다.
이번 여행 일정에 이과수가 있긴 하다
하지만 난 출국을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과수 폭포를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갑자기 내가 천박한 사람은 아닌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세계 3대 폭포
세계 3대 폭포는
빅토리아, 나이아가라 그리고 이과수이다.
이미 빅토리아와 나이아가라를 가본 나는 이번에 이과수를 가면, 3대 폭포를 모두 다 가 보게 된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까지만 해도 그런 설렘이 있었다. 버켓리스트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막상 그 실현이 눈앞에 닥치니 망설여지는 것이다.
세계 3대 폭포를 다 가보면 내가 더 행복해 질까?
혹시 이과수를 그냥 내 마음속의 폭포로. 미 실현된 꿈으로 남겨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랬었다.
좋은 차. 새 핸드폰. 맛있고 고급 진 음식. 보고 싶은 사람. 그런 것은 실현되는 것보다 그냥 마음속에 담아 놓고 있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피천득 님은 수필 ‘인연’에서
아끼꼬를 세 번째 만난 것은 아니 만남만 못하였다고 고백한다
모자란 듯, 아쉬운 듯.
아끼꼬처럼 인연인 줄 알았지만 인연이 아니었던 관계처럼. 또는 평생 못 이룬 허다한 다른 꿈들처럼.
폭포를 그냥 마음속에 묻어 두어야 하는 건 아닌지.
폭포에 가서는 두 손들고, 난 이로서 난 세상 3대 폭포를 모두 정복했다고 좋아하는 내가 스스로 보기에 조금 천박해 보이지는 않을지.
여기까지 생각하다보니 그런 생각도 드는 것이다.
이번 나의 남미 여행이 나에게 나도 남미에 갔다왔다고 자랑하기 위한 여행은 아닌지.
또는 남에게 나 남미도 혼자 다녀온 사람이라고 말 하고 싶은 건 아닌지.
여행을 달성해야 할 목표나 이룩해야 할 실적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과수는 가야 한다. 비행기도 호텔도 이미 예약했다. 그런데
심각한 고민이다. 폭포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존재이외의 모든 거추장 스러운 것들을 벗어버리고
그냥 여행이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