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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May 31. 2024

엄마의 복수(1)


칠흑같이 어두운 밤.

주변은 논밭으로 그득하다. 거대한 창고로 보이는 건물에서만 어스름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강이한은 몸을 숙인 채 건물 뒤쪽으로 향한다.

이곳은 사채업자들의 비밀 공간이다. 이곳에서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생각보다 조직의 규모가 컸다. 수현의 복수에서 시작된 일이지만, 수상한 점이 많았다. 얼마 전 해커인 친구에게 부탁해서 얻어낸 정보다. 대체 어떤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건지 직접 알아내기 위해 이 밤에 혼자 잠입했다.  


창문으로 안쪽을 들여다보는데 어둡고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창문을 살짝 열어본다. 그 작은 창문은 쇠창살이 단단하게 설치되어 있고 높았지만, 키가 186cm인 이한은 까치발만 해도 창문에 닿았다.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바닥에 한 여자가 쓰러져 있다. 옷은 찢겨져 있고, 얼굴에는 멍이 들어 있다.


"저기요. 괜찮아요?"

보아하니 여자 혼자뿐인 것 같아서 최대한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본다.


"..."

놀란 그녀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두리번거린다. 긴장한 모습이다.


"여기에요. 창문."

"누구..세요?"

"안심하세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곧 거기서 꺼내줄게요. 혹시 당신 말고도 잡혀 온 사람이 있습니까?"

"네..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열댓 명은 될 거예요. 근데 진짜 저를 구해주실 수 있는 건가요? 여기서 제발 나가게 도와주세요 제발.."

"걱정 마세요. 반드시 구해드리겠습니다."


갑자기 누군가가 오는 소리가 들리자 이한은 얼른 창문 아래로 몸을 숙였다. 안에서 그녀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는 어디론가 끌려가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괴롭다. 당장 무언가를 할 수 없단 생각에.

그러나 지금은 돌아가야 한다. 아직은 아니다. 아무리 이한이라도 혼자서 30여 명을 상대하기란 무리다.


"살려주세요!"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바위가 짓누르기라도 하듯.


'구해주겠다고 했잖아.'

이대로 그냥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 이한은 휴대폰을 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송하더니 앞쪽에 있던 문으로 달려간다.


쾅. 쾅. 쾅.

문을 발로 세게 세 번을 걷어찬다. 끼이익. 두 명이 거친 욕설을 뱉으며 창고 문을 연다. 둘을 빠른 속도로 제압해 쓰러뜨렸다. 섣불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기다려본다. 놈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기어 나오게 하며 소란을 피우는 작전이다. "어떤 놈이야?!" 세 명이 나오며 소리쳤다.


'시간을 벌어야 해.'

뒤로 몇 걸음 물러선다.


"내 돈 떼먹은 놈이 여기 있어. 그놈은 내가 데려가지."

"개소리하지 말고 썩 꺼져."

"싫은데?"

"근데 이 새끼가!!!"


이한을 향해 주먹이 날아오지만 거뜬히 피한다. 피하고 또 피하고 또 피한다. 놈들이 한껏 약이 올랐다. 이번엔 셋이 동시에 덤비지만 소용없다. 이한은 빠르다. 순식간에 세 놈의 급소를 주먹으로 강타하며 한 방에 보내버렸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안에서 더 많은 놈들이 나오려는 것 같다. 일단 잠시 후퇴하기로 하고 도망친다. 몇 놈이 따라오지만 따라잡을 수가 없다. 이한은 빠르다. 놈들을 금방 따돌린 뒤 창고 뒤쪽으로 다시 가 몸을 숨긴다. 창문 틈으로 다시 들여다보니 여자가 그 자리에 있다. 아까와 같은 모습이다. 이한이 벌인 소동에 하나둘씩 하던 일을 멈추고 모여들었던 모양이다.

 

자, 한번 뒤집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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