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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Jun 03. 2024

슬픔을 입양한 봄날

                   




 떠 내려가는 눈물을 평평이 말아 가슴에 넣던 날

구름이 부서지며 재가 내렸다 수요일에는

슬픔 없이 쏟아내는 말들을 자주 걸러주어야 해

머뭇거리지 말고 누군가.


봄에는 까스명수가 잘 팔린다고 단골 약사가 체기를 얹어

여기저기 두들겨 맞은 봄날을 거슬러 준다

슬픔의 말투는 자주 재탕하지 말라고  

죽어 땅속에 묻힌 사람들이 봄을 덜어가고 있다  


재를 뒤집어 쓴 채 누군가 지운 빈 이름을 부르며

슬픔이 지나간 자리마다 봄꽃들은 진심이 되었다


한때 꽃눈을 베고 누웠던 말간 얼굴은 꿈밖을 서성인다

잠 속의 사람들은 늘 맨발로 오는구나

주인을 기다리는 보라색 어그부츠를 찾아 나란히 둔다

서로의 곁이 따뜻한 신발들이 봄의 체기를 덜어낸다


비어버린 식탁의자를 보며 급하게 떠난 목소리를 쓸어보다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이후의 생을 생각한다

같은 별에서 온 우리는 같은 별로 갈 거라는 기도

우리를 엮어 완성 시킨 엄마라는 말.


나는 결국 네 엄마가 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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