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9, 2020
백사장이 쫘악 깔린 바다. 아빠는 배가 고프니 엄마가 당첨. 나와 함께 모래산을 향해 돌진한다. 역시나 신발을 벗어던지고 똥 싼 강아지마냥 막 비벼대거나 모래를흩뿌리면서 꺄륵꺄륵 웃어댄다. 내가 신을 벗자 의아해하며 묻는다. “엄마 왜 신발 벗어?” 에단이가 벗으니 엄마도 벗고 싶다고. 엄마도 모래 부드러워서 좋다고. 그랬더니 그럼 손을 잡고 같이 뛰잔다. 에이 그까이껏, 신나게 뛰어본다. 파도도 보고 조개껍질도 주으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갑자기 “엄마아~” 하고 부른다. “응?”
“사랑해”
내가 엄마 사랑하냐고 물어서도 아닌, 무언가 원하는게 있어서도 아닌, 그런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고백에 마음이 정말 설레고 따뜻해졌다. 꼭 안아주며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했고, 왜 갑자기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었냐 물었더니 엄마가 에단이 사랑한다고 많이 말했어서 자기도 한번 말하고 싶었단다.
그런데 사실 갑자기가 아니었다. 하얀 모래를 밟으며 서로 마주 보고 웃었을 때 아이는 정말 행복해 보였었고 뭔가 아름다운 것이 톡 하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었다. 그리고 입을 통해 ‘사랑해’를 꽃피운 거다.
이랬던 아인데... 이렇게 나를 사랑하는 아인데...
일찍 일어나고 낮잠을 안 잔 아이는 실성을 했는지.
차 안, 바닥에 엄청난 양의 오줌을 발사했다. 정말 말 그대로 비 온 뒤 댐 방류처럼... 충격을 받은 나를 대신해 그가 일차로 닦고 내가 다시 닦으며 생각을 해봐도 왜 그랬는지 알 길이 없다. 물어봐도 답이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뭐 굳이 알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역시 인생은 ‘사랑해’ 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걸로. 그런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