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재 여섯번째 이야기

비 오는 날의 선물

by 진솔

책장 한 켠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녀석이 있다.

이름 하야~

붓과 머루.

한때 주인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던 녀석들이었다.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고고해 지는 녀석이었다.

주인의 행색이 어디 멀리 떠날듯 보였는지

오늘따라 고개가 빠져라 빼꼼히 날 살핀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쳐

미안한 마음에 어르고 달래고 쓰다듬으니

녀석이 기분이 좋아졌는지

어느새 먹물을 틀고 머루에 홀딱 벗고 드리 눕는다.

아~ 어쩌란 말인가?

안해 본지가 오래 되어서 힘쓸 방도가 없음을...


일단

하얀 이불같은 화선지를 펴고 녀석을

세웠다 눕혔다 돌렸다 어루 만지며 달래보지만

감 까지 잃어서 녀석이 다시 머루로 기어 들어가

흐느끼는며 퍼붓는디~


붓과 종이를 사랑했던 주인은 어디가고

최신식 철판떼기만 끌어 안고 산다며

먹물같은 달기똥을 뚝뚝 흘리며

바가지를 긁어덴다.


아~ 어쩌란 말인가?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인가?

이 아픈가슴을~

옛 노래가 구슬프게 가슴에 내려 앉고만다.


결국 멀리 가는 주인을 못 믿겠다며 보따리를

주섬주섬 싸더니 지도 따라 나서겠단다.

그리하야 결국 붓과 머루도 챙겨갑니다.

비 오는 날의 선물입니다.

즐거운 오후 되시고 며칠후 도착해서

찾아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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