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4세대 메인 K-pop 아이돌 중 하나인 아이브의 지난 앨범 타이틀곡 <After Like>에서 멤버 가을이 킬링파트를 불러 유명세를 탔다.
그녀가 맡은 소절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
이 가사를 빌어 내 장점을 소개하자면 그건 바로 실행력이다.
(그래서 바로 회사를 때려치운 것도 있지만...)
방문과외 선생님에서 단숨에 학원 강사로 전직하게 된 원동력도 실행력이었다.
역지사지로 생각을 해 봤다.
상상 속 나를 중학교 자녀를 가진 학부모로 만들었다.
집에 방문과외 선생님이 온다.
남자 선생님보다 여자 선생님이라 일단 만족스럽다.
집에 외부인을 들이는 데 성인 남성보다는 성인 여성 측이 훨씬 부담이 덜 하니까.
선생님의 성격이 밝고 쾌활하다.
여기까지도 통과.
선생님의 나이가 20~30대이다.
20대는 아이에게 언니 누나 같아서 좋고, 30대는 전문성을 갖춘 선생님일 것 같아 좋다.
만약 선생님의 나이가 40대라면?
이때부터 살짝 말이 달라진다.
일찍 아이를 가진 학부모라면 방문과외 선생님의 나이가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위일 수 있다.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이 나보다 나이 많은 건 아무렇지 않지만, 왠지 우리 집에 오는 방문 선생님이 나보다 연장자면 괜히 마음이 좀 그렇다.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래, 일의 지속성을 위해 학원 강사가 되는 거야!!
그렇게 집이 먼 과외 학생들을 드디어 하나둘씩 정리하고 시간표를 바꿔서 화목 파트 자리를 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의 어엿한(?) 강사의 모습에 이르렀다.
지금 같은 시험기간에는 지지고 볶고, 협박하고 달래고, 남겨서 재시험 보고 간식도 주고 하면서 지치기도 한다.
slimmer가 뭐냐고 물었더니 날씬한 사람?이라고 되묻는 학생에게 그럼 bigger는 큰 사람이냐! 하고 한바탕 웃고,
선생님 영어 1개 틀렸어요! 하고 연락하는 학생들을 보면 입꼬리가 슬금슬금 위로 올라가는 걸 보니 아직은 이 일이 나와 찰떡콩떡이라는 생각이다.
별모양 회사에 동그라미인 나를 피나게 깎아 가며 억지로 맞췄던 시기,
건설 현장에서 몸빼바지 입고 시멘트밥 먹던 시기,
병원 콜렉터처럼 이 병원 저 병원 진료과목도 다양하게 신세를 졌던 시기,
우연히 메일 정리로 시작해 가입한 카페를 둘러보다 과외를 시작하고,
수업하는 시간만큼 이동시간을 쏟고 걸어가며 밥 먹던 시기..
이 모든 순간들이 아프고 뾰족한 세모인 줄 알았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멀리서 바라보니 그저 동그란 하나의 점이었다.
그 점들이 이어져 내 인생이라는 반직선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고.
이제 나의 다음번 목표는 공부방 창업이다.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없으니, 나라는 직원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것도 나라는 사장일 것이다.
내가 나를 아주 탈곡기처럼 탈탈 털어서 국물 하나 남김없이 잘 쓰기 위해 오늘도 학관노, 강영만, 성공운의 글들을 읽고 클킴 선생님의 유튜브를 보고 교육 세미나를 신청한다.
5년 뒤의 내가 지금 글을 쓰는 나를 보면 또 하나의 점으로 보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Connecting the dots.
내 반직선의 시작은 탄생의 순간으로 고정되어 있지만, 그 반대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선은 무한대일 것을 믿으며.
<3장, 글 시리즈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