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랑한김작가 Sep 22. 2022

밥 먹자

밥심


밥 한 끼 하자고 했다.

차 한잔 하는 것보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밥을 먹자는 것은  먹고 차도 마시자는 의미이며  한잔 하자는 것은 차만 마시자는 의미인 게 맞을 거다.

밥을 먹이자면 돈이  들고 때론 정성과 에너지를 들여 영양을 공급해 주겠다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어서 내가 먹는 자가  경우 밥값을 하는 쪽으로 관계가 흐른다.

밥은 몸속으로 스며 온갖 호르몬이  일을 하도록 돕기 때문에 음식을 제공한 자에게 호의적인 감정이 들게 된다. 게다가 맛까지 훌륭하다면 사랑하지 않을  없지 않은가.

그 반대로 맛이 없다면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물론 맛이 부족하더라도 진심은 전해지기 마련이어서 마음가짐을 정돈해 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밥 한 끼 하자고 말하고 싶을 때 생각해 보자.

밥을 얻어먹고 싶은 건지,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은 건지, 각자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만 함께 하고 싶은 건지.

왜 밥을 함께 먹고 싶은 건지 말이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콩 한쪽도 나누어 먹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내가 맛있는 음식을 나눌 땐 그냥 주는 법은 없다.

좋아해서 주는 거다. 난 철저히 계산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계산법은 나만의 공식이 있는데 기호화할 수 없어서 학습시킬 수는 없다.

누구나 나름의 공식이 있지 않겠나.

차 한잔도 훌륭하게 마신다면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더 좋을 때도 있다.

서로에게 부담은 주지 말자는 뜻이 담겨 있다. 밥을 살 필요도 에너지를 들일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나쁜 의미인 것 같지만 밥 먹는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영혼을 나누자는 뜻일 때도 있다.


'자고 가'라는 것은 밥 먹고 차 마시고 또 밥 먹고 차 마시고 반복해도 좋다는 뜻이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자고 가라는 말을 잘한다. 그래서 참 많이 먹였었다.

요즘은 웬만해선 요리를 하고 싶지 않다.

힘이 들어서 사 먹자고 하는 게 좋다. 냉장고의 숫자를 줄였고 내부도 가볍게 정리하고 있다.

밥 한 끼에 에너지를 빼앗기고 상대를 원망하는 마음을 갖는 것보단 맛있는 요리 가게를 발견했을 때 함께 하는 것도 지혜인것 같다.

지난해 송년회 때는 녹두빈대떡을 해서 사랑하는 자들에게 먹였는데 그들의 호르몬이 움직인 것은 잘 모르겠고 내 사랑만 커진 것 같아서 실패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호르몬을 움직이지 못해서 인기가 없나 보다.

밥은 맛집에서 사 먹기로 하자.


이전 15화 웃지 않을 자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