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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민 Feb 13. 2024

'결혼을 꼭 해야 할까요'란 질문을 받으면

며칠 전 야근할 때 일이다. 팀원이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팀장님 결혼을 꼭 해야 할까요? 주변에 여러 사람에게 물어봐도 뚜렷한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벌써 제 주변에는 이혼한 친구들도 있어요." 이 친구가 이런 질문을 한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팀원은 결혼하는 것에 대해 실패 없는 '완벽한 선택'을 하고 싶은 듯 보였다. 자신의 결정에 참고가 될 만한 것을 찾고 있었다. 또한 결혼하게 됨으로써 잃어야 할 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도 느껴졌다.


팀원의 질문에 나는 한근태 작가의 <고수의 질문법>에 나오는 '시간의 축을 바꿔서 질문하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 앞에 놓인다. 우리가 만나는 결정적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한근태 작가는 이처럼 중대한 갈림길에서 '시간의 축을 바꾸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는 늘 현재 시점에서 고민하고 결정한다. 대부분의 결정은 현재를 기준으로 하지만 그 결과는 오랜 세월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후회할 때는 이미 돌이키기에 늦은 경우가 많다. 작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미래 시점에서 지금의 결정을 하라고 말한다.


"아기를 낳지 않은 걸 환갑이 됐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때도 '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건 잘한 결정이었어'라고 말할 자신이 있는가?" 아기를 낳겠다고 결심해도 당장 낳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들어서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경제적으로 어렵고, 시간과 여건이 안 된다고 해서 미룬다면 훗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죽음에 관한 질문을 생각할 때야 말로 시간의 축을 당겨서 해야 한다. 나중에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죽어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면 나의 행동은 달라질 것이다.


얼마 전 경제학자가 인생의 난제를 다룬 미국의 경제 석학 러셀 로버츠의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을 읽었다. 그 책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한다.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을까?', '나에게 맞는 일은?', '결혼은 하는  좋을까?' 등의 답이 없는 문제들에 대해 다룬 책이다. 『종의 기원』을 쓴 생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도 젊은 시절 '결혼 손익계산서'를 썼다. 결혼했을 때의 장단점, 결혼을 안 했을 때의 장단점을 써서 답을 찾으려 했다. 과연 답을 찾을 수 있었을까? 답이 없는 문제는 기계적인 장단점, 합리적 접근법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정보가 없어서 결정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기에 두려워서이다. 만족할 만한 정보를 얻기까지 결정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결국 인생이 다 지나가 버렸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_p. 217. 열쇠를 잃어버렸을 때, 가로등 아래가 밝으니 그 주변만 찾는 꼴과 같다고 작가는 말한다. '미래의 나'는 예측할 수 없다.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바뀔 미래의 나는 결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 우리가 만나는 답이 없는 문제의 다수가 이와 같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나면 지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답이 없는 문제는 손익만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생각보다 그리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곤란에 처한 사람을 돕거나, 이익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일이 그런 것이다. 인생은 쾌락을 늘리고 고통은 줄여야 행복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단순히 돈 버는 일을 넘어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고, 나 자신보다 더 큰 어딘가에 속하는 삶을 지향한다.


 '완벽한 선택'이라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 완벽한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복잡한 세상에서 답이 없는 문제에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타협은 최선이다. 하나의 선택을 찾는 대신 적당한 선택지를 다양하게 시도해 보는 편이 낫다. 삶은 단 한 번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우더라도 계획대로 되는 법은 없기에 헤매더라도 이것저것 해 보는 편이 더 다.


팀원에게 전해야 할 답을 찾았다. 완벽한 선택은 환상이다. 내 삶은 내가 만들기는 하지만, 결과를 온전히 제어할 수는 없다.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큰 방향을 가지되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하고 살면서 새롭게 만나게 된 정보에 맞춰 나의 계획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 중요한 건 살아보는 일이다. 인생은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받아들일 마음과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려고 창작물을 만드는 예술가처럼 살아야 한다. 마치 작가가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쳐 쓰듯이 말이다. 인생은 책처럼 쓰면서 읽고 음미하고 곱씹고 수정하고 더 나은 책을 만드는 것처럼 그렇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인생이란 우리가 열심히 계획을 세우는 동안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엘런 손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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