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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Jul 17. 2017

그 여行자의 집 (14)

2017년 봄, 마흔둘 경재의 그 해. #14

14.

「시작부터 조짐이 좋았던 게 예전에 홍콩에서 잠깐 만났던 저보다 다섯 살 어린 친구가 있었는데, 민주라고. 원체 여행을 좋아해서 많이 돌아다니는 걸 알았기에 조언을 받고 싶어서 연락을 했거든요. 근데 그 친구가 자기가 인도에서 결혼을 해서 살고 있다는 거예요. 원한다면 놀러와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인도?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뭐 다른 계획이나 하고 싶은 게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떠나고 싶었던 거라 덥석 그러기로 했어요. 인도는 물가도 싸니까 부담도 적을 거 같고 해서. 인도에 가보니, 그 친구가 인도인 요가 강사랑 결혼해서 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의 도움으로 요가원 근처에 저렴하게 숙소를 얻고 요가원 잡일을 도와주면서 무료로 밥도 얻어먹고 요가도 배우면서 5개월 정도를 거의 돈을 안 쓰고 살았어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그러다 요가원에서 루크라는 루마니아에서 온 친구를 만났죠. 이름은 남자 같지만 40대 초반 여자예요. 그 친구는 원래 춤을 추던 사람인데 나이 들면서 계속 댄서를 하긴 어려울 거 같아 요가 선생을 해보고자 티쳐 트레이닝 코스를 온 거였죠. 루크는 자신은 여행을 좋아해서 집에 있는 작은 방을 카우치 서핑이나 에어비앤비로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기도 한다며 제게 원한다면 한 1~2주 정도는 무료로 있어도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루마니아로 가게 됐고, 둘이 죽이 잘 맞아서 그 집을 거점으로 한 달 정도 있으면서 루마니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어요. 그 친구 집이 부쿠레슈티라고 루마니아 수도에 있었거든요. 그렇게 조금 다니다 보니까 용기가 생겨서 본격적으로 유럽 여행을 하려고 잔뜩 벼르고 루크 도움으로 카우치 서핑이라는 무료로 여행자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 머물 곳을 알아보고, 루크와 함께 호스트도 두어 번 하면서 그 카우치 서핑 문화를 익히며 준비를 했죠. 그리고 기차를 타고 부다페스트로 시작해서 유럽 여행을 시작했어요. 석 달 넘게..」

「우와, 대단한데? 아니 어떻게 그럴 용기가 났지?」

「용기까진 아니고, 요가원이랑 루마니아에서 조금씩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돈 없이도 그냥 별일 아니라는 듯 잘 돌아다니는 젊은 애들이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내가 젊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신세 지고 다녀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동양인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젊게 봐주는 거 같아서 그냥 최대한 어린 척하고 나이를 잘 말 안 했어요. 그러다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생기고 나니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한가 그저 삶의 스타일이지 싶더라고요. 나중엔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돈 없이 히피처럼 돌아다니는 여행자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요.」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그 여行자의 집 : 1장, 단아의 이야기  |  2장, 경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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