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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Jul 18. 2017

그 여行자의 집 (15)

2017년 봄, 마흔둘 경재의 그 해. #15

15.

 그녀가 새삼 신기했다. 원래 이렇게 용감하고 씩씩한 사람이었던가? 내가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 중 하나는 그녀와 함께 동작에 있는 국립 서울현충원에 갔던 일이다. 일정이 있다던 그녀의 일에 내가 끼어들었던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날씨가 좋은 날 근처에서 만났다가 함께 그곳에 갔던 것인지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녀는 신문지에 싼 예쁜 꽃 한 다발을 들고 와 자신의 할아버지 묘지라고 한 그곳과 그곳 주변에 꽃을 한 송이씩 놓아두었다. 내가 왜 그렇게 하냐고 물었더니, 뭐라고 했었더라? 할아버지만 혼자 꽃을 받으면 동료들이 시샘할 것 같아서라고 했던가? 할아버지 친구들이니 드리는 거라 했던가? 아무튼 몇 차례 그녀와의 만남 중 그때의 그녀가 가장 예쁘고 특별해 보였던 것 같다. 그 모습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녀도 그때를 기억할까?
 「단아 씨? 혹시 우리 같이 현충원 갔던 거 기억나요?」

「동작에 있는?」

「네.」

「흠,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우리가 거길 왜 갔죠? 설마, 우리 할아버지한테 인사드리려?」

「기억 안 나나 보네? 내 기억엔 내가 단아 씨를 쫓아간 거 같긴 한데.」

「아니, 그랬던 거 같기도 한데 매우 어렴풋이 나서. 근 몇 년은 못 갔지만 그 전엔 매년 2~3번씩은 가곤 했었거든요. 아버지가 지방에 계시니까 할아버지 생일이나, 제사나, 현충일이나 이런 때 꼭 챙겨가야 한다고 당부를 하셔서. 그러고 보니 난 거기 가는 거 좋아했었는데, 뭔가 기분이 아련해지면서도 단단하게 마음먹게 되는 거 같아서. 그도 참 오래 잊고 살았네요. 저희 아버지, 돌아가셨거든요. 사실 그 후로 한 두 번 가고 못 갔어요. 아버지 제사도 못 챙기는 걸요.」

그녀의 얼굴에 씁쓸한 빛이 돌았다. 나는 괜한 이야기를 꺼낸 것 같아 다시 술을 한잔 권하곤 그 후 여행이 어땠는지를 물었다. 맥주를 한잔 들이켠 그녀가 말을 잊는다.

「거기까지가 초심자의 행운이 따르는 1부였던거 같고 그 후엔 나름 좌충우돌한 여행 후반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이야길 다 풀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너무 내 말만 하는 거 같아요.」

그녀가 슬쩍 눈치를 본다. 하지만 이야기하는 게 즐거운 표정이다.

「재밌어요. 내가 여행하는 거 같고.」

「정말요?」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그 여行자의 집 : 1장, 단아의 이야기  |  2장, 경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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