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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Jul 17. 2017

그 여行자의 집 (13)

2017년 봄, 마흔둘 경재의 그 해. #13

13. 

따뜻한 국수 국물이 들어가서인지 혹은 술 한잔 때문인지, 그도 아니라면 편안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 때문인지 조금씩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졌다. 나는 그녀의 여행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내 삶에 대해 물었다. 12년이란 세월 동안 한 번의 이직, 결혼,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것이 내 삶에 가장 큰 일이었다. 아니 어쩜 그것들은 내 삶에 의미 있는 부분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회사에서의 일을 하고, 은근한 권력다툼이라던지 철저한 위계를 가진 사회에서 내 자리를 지키며 사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누가 재밌어나 하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자신도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결혼을 한 것도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도 아니었지만, 지켜야 할 원래의 가족을 위해, 그리고 별 다르게 살아갈 뾰족한 수가 없다고 생각한 자신의 삶을 위해 그냥 하루하루를 살았다고. 그러다 불현듯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사표를 내고 여행을 떠났다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내뱉었다. 

「그렇게 그만두고 아직까지 여행을 다닌 거라고?」

「네.」 

「아니, 돈은 어쩌고?」 

「그게, 사실 처음에는 한 6개월 정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돈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여행도 그 정도 생각을 했죠. 바람 쐬고 돌아다니다 돈 떨어지면 돌아와야지 하고. 근데, 신기하게 여행 다니면서 이런저런 도움도 받고, 일도 좀 하게 되고, 그래서 무료 숙식을 하기도 하다 보니 신기하게 그냥 잘 살아지더라고요. 그래서 기간이 조금씩 계속 늘어나 얼마 전까지 다니게 된 거죠 뭐.」 

나는 그녀의 이야기가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분명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게 말하지 않은 비밀 같은 것이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일상을 떠나봐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그녀가 다시 뭔가 설명을 덧붙여야겠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그 여行자의 집 : 1장, 단아의 이야기  |  2장, 경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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