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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Jul 16. 2017

그 여行자의 집 (11)

2017년 봄, 마흔둘 경재의 그 해. #11

11.

신입의 도움으로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페이스북에 대해 처음 들은 지 5년도 넘은 것 같은데, 삶이 바빠 이런 데는 관심도 없이 지내던 터였다.ㅤ도대체 컴퓨터가 내 지인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신기하게도 직장동료, 학교 선후배 등 사람들 얼굴이 뜨며 친구 신청을 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감이 잡히질 않아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한참을 들여다보니 불현듯 이걸로 사람을 찾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기억나는 이름 몇을 쳐 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 이름이 생각났다. 이단아. 흔치 않은 이름이라 생각했었는데, 열 명 정도의 사람이 떴다. 옆에 뜬 프로필 사진으로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곰곰이 따져보니 12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그녀의 사진은 내가 아는 그 얼굴 그대로, 하지만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듯 밝게 웃고 있었다.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궁금증이 들어 충동적으로 메시지를 보내 보았다. ‘단아 씨, 저 기억나요? 잘 지내시나요?’ 며칠 연락이 올까 싶어 메신저를 깔고 기다려 보았지만, 답변이 없었다. 메시지를 보낸 지 한 달이 넘어서야 답변이 왔다. 그녀는 당연히 기억이 난다며, 여행 중이라 확인이 늦었고 곧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만나자고 했고, 그녀는 선뜻 그러자고 했다.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것뿐이었다. 나머지는 만나야 알게 될 거였다. 결혼했을까? 나는 벌써 마흔이 넘은 애 둘의 아버지이자 아저씨가 되었지만 사진 때문인지 그녀는 왠지 여전히 아가씨로 살고 있을 것만 같이 느껴졌다. 아니 사실 일찍 결혼했다면 10살짜리 애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랬다면, 나의 만나자는 청에 흔쾌히 그러자고 하진 않았으리라. 만남을 기다리는 틈틈이 어렴풋한 그 시절의 기억들을 꺼내보았다. 뭐든 열심히 하겠다며 늘 야근을 마다치 않던 시절. 유난히 나를 이뻐하던 부장이 상인냥 데려가 주던 토크 바. 그 바에서 만난 학비를 벌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한 여대생이 마음에 들어 데이트 신청을 했던 일.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꿈과 달리 현실에서 그런 일을 하는 그녀가 안타깝게 느껴졌던 일. 잠깐은 그녀와 함께하는 미래를 그려보던 일. 그리고, 일과 현실을 핑계로 자연스레 멀어지는 그 관계를 붙잡지 못한 일. 잠시 그때의 설레던 마음이 생각나 감정에 동요가 일었다. 나는 지금 그런 것들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데 혹시 그녀 눈에 내가 너무 아저씨처럼 보이진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 만나기로 한 날 아침, 나는 한 번은 더 거울을 봤고 넥타이 컬러를 조금은 더 신경 써 골랐다. 아직 나쁘지 않다.ㅤ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그 여行자의 집 : 1장, 단아의 이야기  |  2장, 경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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