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봄, 마흔둘 경재의 그 해. #10
10.
그녀의 이름은 이단아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비단 단에, 아름다울 아를 써 그녀에게 단아라는 이름을 지어주셨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녀는 그 이름을 탐탁지 않아했다. 그래서였던지 내가 그녀를 만난 그곳에서 그녀는 향단이라 불리고 있었다. 가명을 쓰는 애들이 많은 곳이었지만 그녀처럼 이건 가명이에요라는 티가 확 나는 이름을 버젓하게 쓰는 애들이 많지는 않았다. 나를 그곳에 데려간 상사가 그녀 앞에서 그녀의 본명을 꼬치꼬치 캐물었을 때, 그녀는 한숨을 쉬며 자기 이름이 단아라고 했고 성은 이가라 했다. 특별히 눈에 띌 만큼 예쁜 외모는 아니었지만 선이 얇은 반듯한 얼굴에 주변 아이들보다 화장이나 치장을 하지 않아 더욱 차분해 보이는 그녀에게 단아라는 이름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간 부장은 이단아? 그건 더 가명 같은데라며 낄낄거리며 웃었다.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시골에서 올라와 외국계 금융회사에 취직을 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서울살이가 낯설고, 역시 서울 사람들은 다르다는 것을 날마다 느끼고 있을 때였다. 부장은 취미라도 되듯 그곳에 비싼 술을 보관해두고 여유가 날 때마다 들려 한두 잔씩 하며 어린 여자애들에게 농을 치고, 수다를 떠는 사람이었다. 처음 술 한잔 하자며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을 때는 이런 데가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값비싼 술값을 치르며 취미로 그런 술집을 드나드는 부장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그와 함께 네다섯 차례 그 가게에 갔었다. 부장에게는 우선순위가 있었다. 첫 번째는 재희였던가? 제이였던가 아무튼 그녀는 피부가 희고 중동계 여자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해 확실히 눈이 가는 사람이었다. 두 번째는 향단이었다. 부장은 그녀가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술이 축나지 않는 게 좋고, 말이 많지는 않지만 질문을 하면 나오는 대답들이 흥미로워 말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나도 단아 씨가 마음에 들었다. 내 눈엔 거기 있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솔직하고 순진해 보였다. 부장은 그런 데서 일하는 여자들을 결국 다 비슷하다고 했지만, 그는 인기가 많던 일 순위 여자 앞에 앉을 수 없을 땐 늘 향단이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 그녀를 졸라 따로 몇 번을 만났다. 내가 그녀를 알고 지낸 기간은 겨우 두세 달 정도였다.ㅤ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그 여行자의 집 : 1장, 단아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