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자 Jul 22. 2017

그 여行자의 집 (24)

2017년 가을, 서른셋 재현의 그 해. #24

2017년 가을, 서른셋 재현의 그 해


24. 

내가 꿈꾸던 세상은 더 이상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그녀는 떠났고 나는 그녀를 버렸다. 변해가는 그녀를, 그보다 더 빨리 변해버린 나의 세상을 용서할 수 없었기에 나는 꿈을 향해 나아가던 삶을 버리고 도망쳤다. 이제 나는 그저 꿈을 추억하지만 쫒지 못하는 흔해빠진 얼뜨기 중 한명일뿐이다. 되돌리기 위한 헛된 노력으로 자신을 소비할까 겁이 나서 실컷 후회조차 못하고 그저 삶이 원래 그런 거라고 자위하며 살아가는 사람. 


지난달, 길을 가다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였다. 횡단보도에서 막 신호가 바뀐 찰나 전화를 하며 빠르게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간 젊은 여자를 미쳐 속도를 줄이지 못한 소형 트럭이 친 것이다. 여자는 쓰러졌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외상은 없었지만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듯했다. 트럭에서 내린 남자는 당황한 듯, 아니 왜 그렇게 급하게 나왔냐며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자신 탓만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싶어 하는 투로 책망하는 듯한 말을 뱉었다. 웅성거리는 소리 속에서 쓰러져 있는 그녀 손에 닿을 듯 말 듯한 위치에 놓인 액정이 나간 핸드폰에서는 놀라서 쓰러진 그녀의 이름으로 생각되는 이름을 다급하게 불러대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쓰러진 그녀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엄마, 나 움직일 수가 없어.」

거의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 지켜보던 다른 젊은 여자가 핸드폰을 들어 쓰러진 그녀의 엄마에게 소식을 알렸고, 다른 사람들은 112와 119에 전화를 걸었다. 나는 거기까지 보고 자리를 떴다. 채 10분이 안 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차에 부딪혀 쓰러지고 말을 하던 그 순간이 슬로모션으로 뇌리에 박혀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후 몇 차례 꿈을 꾸었다. 그녀는 꿈속에서 마치 물 밖으로 나와 죽어가는 금붕어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며, 어떤 때는 단아의 얼굴을 하고 있기도 했다. 왜였을까? 그렇게 한동안 잊혔던, 무던히도 잊으려 노력했던 그녀가 뇌리에 다시 떠올랐다. 아무런 상관없는 여자의 사고로 인해. 단아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그 여行자의 집 : 1장, 단아의 이야기  |  2장, 경재의 이야기 | 3장, 민주의 이야기

이전 23화 그 여行자의 집 (23)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