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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Jul 22. 2017

그 여行자의 집 (23)

2008년 여름, 스물다섯 민주의 그 해. #23

23. 

 홍콩에서 돌아온 지 10개월이 훌쩍 지났다. 새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눈꽃도 벚꽃도 언제 왔다 갔는지 모른 채 그새 또 한 번의 겨울이 지나가고, 꽃피는 봄을 지나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연초에 홍콩에서 만났던 단아 언니에게 새해인사 메시지가 와서 오랜만에 그녀를 만났다. 언니는 새로 생긴 남자 친구와 서른이 된 심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온 후 나는 홍콩에서 있던 그녀의 마지막 밤, 그녀의 눈물을 더 선명하게 떠올렸다.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오는 길 내가 부럽다며 자신이 잘 살고 있는 것이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했을 땐 괜히 쑥스럽기만 했다. 언니가 눈물 흘릴 땐 그저 당혹스러움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점점 그 일이 남 일이 아니라 내게 닥쳐올 미래 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간 서른이 되겠지. 그리고 이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사무 공간에서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날들이 쌓일수록 분명 그녀와 같은 고민을 더 깊게 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하늘색이 특별히 좋은 날이다. 옥상 벤치에 앉아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이게 한국에서의 마지막 회사생활일 것이라 다짐했다. 마지막답게 더 멋지게 잘 해내어 유종의 미를 거두고 멋지게 이 곳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가야지. 어차피 한번뿐인 인생.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고 싶진 않다. 이 좁은 사무실, 빼곡한 도시, 바쁜 게 미덕인 줄 아는 사람들을 벗어나 내 삶을, 집을, 가족을 직접 만들어 가야겠다. 더 늦기 전에, 후회라는 것을 하게 되거나 너무 늦어버렸다며 용기 낼 수 없는 시기가 오기 전에.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그 여行자의 집 : 1장, 단아의 이야기  |  2장, 경재의 이야기 | 3장, 민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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