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권! / 김지혜 선생님_경남새넷 경산서부초등학교
-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강인송 글, 김정은 그림) -
아이들은 호기심이 생겨야 비로소 끝까지 책을 읽을 힘을 낸다. 그 방법의 하나는 책의 내용이 관련된 시 퀴즈를 내는 것이다. “이 시의 제목이 무엇일까?”
시를 다 읽고 나서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데, 엄마 아빠께서는 법조인이 되라고 하세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게 어렵다며, 힘들다고 하지 말래요.”
“저는 수영을 좋아해서 수영 선수가 되고 싶은데, 엄마는 의사 하라세요.”
“저는 농구 좋아하는데 할머니가 ‘키 작고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저는 게임 관련 유튜브를 찍어 올리고 싶은데, 엄마는 ‘좀 평범한 회사원’이 되라고 하세요.”
모두가 자신의 꿈을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의 입장에 적극적으로 공감해 주었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았으니, 오늘 책도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아, 이 시의 제목은 ‘장래 희망’이다.
시 퀴즈로 책의 주제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면, 그다음은 표지를 보고 책 속 사건을 예측해 보는 차례다. 아이들이 책 속으로 바로 뛰어들지 않도록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는 수업 구성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라는 제목 앞의 ‘수줍은’이라는 수식어를 깊이 살펴보라고 했다. 아이들의 상상은 자연스럽게 “수줍은 성격 때문에 운동부에 못 들어가는 이야기”로 향했다. 속표지 그림에는 코치로 보이는 어른과 유니폼을 입은 운동부원들이 있어,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일 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축구할 때 부끄러워서 잘 못하는 이야기”, “예비 선수였지만 나중엔 잘하게 되는 이야기”처럼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주인공 이름이 차마니예요. 남자아일까요, 여자아이일까요?” 이 질문에도 여성이라 예상한 아이들이 훨씬 많았다. 이마저도 작가의 의도처럼 느껴졌는데, 이 동화의 매력은 바로 그런 모든 예측이 빗나가는 예상 밖의 전개에 있다.
마니는 6학년 남자아이로, 2.1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그렇지만 마니 부모님은 어릴 적부터 꾸준히 운동을 시켰고, 지금은 전교에서 두 번째로 큰 체격을 자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수영을 해 어깨도 탄탄하다. 하지만 마니가 가장 좋아하는 건 조용한 곳에서 혼자 책 읽는 일이다. 점심시간에 다른 아이들이 모두 피구하러 나갈 때도 오히려 ‘빌리 엘리어트’ 책을 펼치는 모습, 읽던 책 사이에 마른 나뭇잎을 끼워 두는 섬세함, 엄마의 작은 귓속말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섬세한 감성. 이런 모습들은 마니의 진짜 모습이었다. 튼튼한 체격 때문에 싸움을 잘할 거라고 오해받지만, 사실 그는 혼자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싸움이나 단체 운동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였다. 독자들은 그런 마니의 모습에 “어! 어! 어!” 하며 혼란을 느끼게 된다.
“나는 누구와도 싸우고 싶지 않다. 복수해 줄 마음도 없다. 그런 나에게 럭비라니, 서로 몸을 부딪치고 큰 소리를 내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운동을 하고 싶지 않다. 싸우는 게 싫어서, 누구를 다치게 하는 게 싫어서 축구나 피구도 잘 안 하는 나란 말이다.” (P43)
이처럼 운동 재능이 아무리 있어도, 타고난 성향이 이를 반대한다면 억지로 운동을 강요하는 건 마니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갖지 못한 재능을 가진 마니를 부러워하면서도, 결국 엄마나 코치의 설득으로 럭비를 하게 될 거라는 욕심 섞인 뒷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저러다 또 바뀔 거야”, “저런 조건이면 럭비 해야지”라는 의견이 많았다. 조용히 책을 읽는 마니가 마치 재능을 낭비하는 듯 보여서, ‘조용한 평화주의자’보다 ‘멋지게 활동하는 선수’로 마니를 보고 싶어 하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타고난 성향은 분명 존재한다. 마니는 몸을 부딪히는 운동을 원하지 않는다. “남자는 독서보다 운동을 좋아해야 할까?”라는 또 다른 질문으로 연결이 되었다. 작품은 성 고정 관념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아이들에게 “남녀 차별을 받아 본 적 있어?”라고 묻자, 여학생들과 남학생의 답변이 이어졌다.
"남자아이들처럼 거칠게 논다고 지적받았어요."
"아빠가 여자는 웃음소리가 이상하다고 말했어요.“
"발레하기 싫은데 강요받았어요."
"여자아이가 좀 차분해야지 하고 들었어요."
남학생들은 차별받은 적이 없냐고 묻자, 한 아이는 책을 다 읽자마자 "마니에게 엄청 공감해요."라고 계속 마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우리 집을 보러 왔다가 제 방에 피아노가 있으니, 남자가 피아노 치냐고 말했어요."
"아빠가 남자아이가 운다고 뭐라 하셨어요."
"남자아이가 키가 작다고 맨날 들었어요."
모두 억울하고 속상했을 것이다. “남자답게, 여자답게”라는 말로 아이들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지금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을 탐색하며 자신을 발견해 가는 중이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만날 때마다 설렘과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
자신이 걷는 길이 일직선일 수만은 없다. 비탈길도 있고 오르막길도 있어야지 흥미롭지 아니한가! 여러 갈래의 길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길을 선택하면 된다. 우리 모두의 길을 응원하며! 어떤 길을 걷든 노력하길! (6학년 0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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