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김위정_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우리 교육에서 평가는 오랫동안 학생들을 줄 세우기 위한 변별의 도구였다. 학습을 위한 평가로의 전환이 오랫동안 논의되고 정책적으로도 추진되었으나, 현실적인 장애물들에 부딪혀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오래된 역사적 토대가 존재한다. 한국 교육은 산업화 초기 표준화를 통해서 급속한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으며, 균등한 교육 기회 차원에서 효율성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하였다. 이 과정에서 공부란 ‘교과서에 기반한 정답을 외우고 선다형 시험에 대비하여 문제 풀이를 연습하는 것’으로 고착되었다. 선다형 문항 중심의 시험이 단편적 지식 암기나 문제풀이식 교육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다형 문항 중심의 시험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주요한 수단으로서 사회적으로 수용되어 왔다. (김정원, 2022: 10).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학습과 평가가 가지는 한계가 명백하다. 산업화 시기 교육의 표준화가 가졌던 미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지나친 경쟁과 교육의 도구화를 가져왔다. 현재의 선다형 위주 지필고사 중심의 평가는 정답이 존재함을 가정하고, 학생들이 정답을 아는지를 측정하는 데 초점을 둠으로써, 다양하고 창발적이며 비판적인 사고를 어렵게 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현재의 주류적 관점’에서 정설로 인식되는 것들이지만, 지식은 시대와 관점에 따라 새롭게 구성되고 발전되며 변화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개념과 방법론적 지식을 기반으로 스스로 탐구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면서 지식을 구성하고, 나아가 실천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이러한 학습의 전환을 위해서 평가가 바뀌어야 한다. 평가가 바뀐다는 것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 학생들이 학습하는 방식의 총체적 전환을 의미한다.
최근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자는 논의는 이러한 맥락에서 반가운 일이다. 선다형 문항은 표면적 학습을, 서‧논술형 문항은 심층적 학습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Scoulle, 1998; Struyven et al, 2005). 서‧논술형 문항도 어떻게 출제하냐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다양한 답안을 인정하고 논증과 표현 능력 등을 평가함으로써, 학생들이 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탐구하고,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참된 학습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앞으로의 평가는 서·논술형 중심의 지필고사로 전환되고, 수행평가와 형성평가의 확대를 통해 학습 과정 전반에서 학생의 성장과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한다. 평가는 결과로서의 점수가 아니라 피드백을 통해 학생의 성장을 촉진하는 학습 과정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수많은 현실적 제약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지금 기성세대들의 평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교사의 평가 전문성에 기반한 평가권 강화, 교사들이 교수학습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의 조성이 요구된다. 교사들이 키를 쥐고 있지만, 사회 전체적인 성찰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평가혁신 정책들이 좁은 의미의 공정성 담론에 매몰되지 않고,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한 성찰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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