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교과서의 지위로 논란이 되었던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가 결국 ‘교육자료’로 격하되었다. 지난 8월 4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학교 현장에 도입된 지 한 학기 만에 사실상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정책은 폐기되었다.
2023년 6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정책이 추진된 이후 현장에서는 거센 반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각종 논란이 제기되었다. 대표적인 우려로는 ▲ 디지털 기기 접근성의 차이로 인한 교육격차 심화 ▲ 디지털 기기 과의존으로 인한 문해력과 집중력 저하 문제 ▲ 학생들의 학습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문제 ▲ 미흡한 AI 기능과 맞춤형 교육 효과 미흡 ▲ 초등학교 3, 4학년의 발달 수준에 따른 접근성의 문제 ▲ 인프라 미비와 예산 낭비 등이 있었다. 이와 반대로 교과서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학습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평등 실현 ▲ 학생의 능동적 학습 유도 ▲ 공공 저작물의 평등한 접근성 ▲ 검정을 통한 교육 신뢰 확보 ▲공익 기반의 콘텐츠 개발 ▲ AI 시대의 미래 교육 경험 제공 등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현장 교사들과 논의 없이 강행된 점이 많았고, 기술적 오류, 수업의 어려움과 채택의 자율권 침해, 개인정보 보호 등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 결과, 자율 도입 AI 교과서 채택률은 32%에 그쳤으며, 전국 2만 7천 명 설문조사에서 “성급한 도입” 교사 63%, 학부모 62% 학부모 69% “학습 효과 없다” 교사•학생•학부모 71% “예산 대비 가치 부족”이라는 응답이 나왔다.(EBS, 2025.6.17. 보도, 국회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의원실 주관).
지난해만 5,300억 이상의 교부금을 투입하였고, 업계 개발 비용만 8,000억(혹은 2조)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정책을 도입 6개월 만에 폐기함으로써 현장의 혼란은 물론, 관련 업계들의 헌법소원 및 법적 조치 예고, 정책을 지속 추진하려는 교육청과 현장 교사 간의 갈등이 여전한 논란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6개월 동안 사용해본 현장의 의견은 어떠할까?
우리 지역(대구)은 마치 의무처럼 모든 학교가 채택하도록 되어 있어요. 영어교사이기에 선정위원회에 참여했지만 참여했다고 하기에는 애매합니다. 우리 학교가 채택한 영어교과서에 동일한 디지털교과서를 선정했습니다. AIDT를 교과 활동에 사용했지만 장점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개발의 장점인 맞춤형 개별학습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나와 있는 교과서의 부록프로그램과 유사하며, 성능도 우수하지 않아요. 또 EBS AI 단추(DANCHOO, https://ai-plus.ebs.co.kr)보다 못합니다. 이름은 AI지만 먼저 개발된 기업체의 AI 성능을 따라가지 못해요. 또 교사가 교과서를 활용하며 교과를 아이들에 적합하게 재구성하며 가르치는데 학생과 교사는 AI 따라하기 밖에 되지 못했어요. AIDT가 점차 기능이 향상된다고 하더라도, 교육적 의미와 성능의 우위를 점하지 못할 것으로 예견됩니다. 교육부가 기술의 발달을 못 따라가니 정책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우리 지역 대구의 AIDT 설문조사는 교사들의 온정이 담긴 결과로 실제와 다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https://www.dge.go.kr/pr/na/ntt/selectNttInfo.do?mi=9870&bbsId=2680&nttSn=2149776) 대개 교사들은 연수를 받고 평가할 때 운영진의 노력을 봐서 좋다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전수조사가 아닌 표집 조사로서 표집 대상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선도학교 시범학교 운영진들은 운영 결과를 좋다고 할 수밖에 없기에 사용해본 사람들은 활용도가 높다고 응답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82038) 결국 우리 학교도 2학기에는 선정한 AIDT가 아닌 수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AI 프로그램을 활용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AI가 학생들의 배움에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사들도 동의하고 있으며, 계속 교육과정과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실행하고자 합니다.
1학기에 선정해서 활용했어요. 2학기에는 협의를 해봐야 하지만 저는 회의적이에요. 학급에 외국 아이들도 있고, 학습 능력의 차이가 있어 디지털교과서가 도움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정말 비효율적이라는 것이에요. 학습활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보다 디지털교과서 기기 셋팅 시간이 더 오래 걸렸어요. 필요한 수업 시간이 1시간이지만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2~3시간을 덧붙여야 해요. 비효율적이지요.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수업 중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땐 예기치 못한 문제상황이 항상 발생해요. 이럴 때 수업이 중지돼요. 교사의 피로도와 전체 학생의 피로도가 높지요. 또는 그 학생을 대기시키고 수업을 진행해요. 이때는 중지당한 학생의 피로도가 높아지지요. 현장을 도와주기 위해서 디지털 튜터를 지원해주었다고 하지만 모든 학교 모든 학급의 일상인 수업을 도와줄 수는 없잖아요.
새로운 기기를 띄울 때 로딩 시간, 새로운 앱을 적용할 때 문제상황. 이러한 어려움을 3, 4학년 아이들 데리고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셋팅-파워-로그인-그리고 다시 문제상황의 반복, 1차시 수업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시간인데 결국 셋팅 시간이 되는 것이지요. 또한 디지털을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 도구의 활용이 꼭 디지털교과서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 학교는 처음에 교사 협의를 통해 디지털교과서를 선정하기로 했어요. 그 후 교육부와 교육학술정보원에서 디지털교과서 접근을 하게 해주었을 때 접속한 선생님들이 실망하면서 선정을 포기했어요.
초기 선정하기로 한 배경으로 우리 학교는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고, 학생들도 태블릿을 잘 다룰 수 있어요. 그러나 선정하지 않은 이유로 우리 학교는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있는데 디지털교과서를 위해 교육과정을 부수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태블릿 활용에 대한 선생님의 인식 차이가 있었어요. 그 차이를 무시하고 디지털교과서 체제로 단일하게 묶을 수는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것과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다는 것이에요. 코로나 시기 우리가 적극적으로 디지털을 학교에 도입했다고 했지만, 그것은 교과서를 디지털화한 것은 아니잖아요. 교과서를 매개로 교사와 학생이 디지털의 도움을 받아 교수 학습활동을 했어요. 저희가 살펴본 디지털교과서는 학생의 스스로 배우기, 즉 자습을 위한 것인데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의 자습을 돕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에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 학기 동안 사용한 결과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기기 사용 어려움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경우 로그인의 어려움이 크다. 로그인할 때 아이디와 비번을 넣어야 하는데 초등학교 3학년에 영어가 시작되므로 영어 대소문자와 특수부호까지 구성하는 로그인에 수업의 상당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 현재 교육과정에서 기기에 익숙해지고, 자판을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게 된다. 실제로 미래학교로 디지털교육을 선도적으로 운영하는 서울 창덕여중의 경우에도 입학 후 1~2주는 기기 사용과 관련된 기능을 익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과 특성에 기반한 학습 구현을 하지 못함.
수학 수업의 경우, 학생들이 개념을 탐구해가는 탐구 학습의 수업을 할 경우, 탐구 과정을 교과서가 구현해주지 못하고 있다. 영어 수업은 원어민 교사나 영어 선생님이 앞에 있음에도 선생님들과 대화하며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보고 수업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그리고 메뉴의 듣고 따라 하기의 경우 교실에서 여기저기서 태블릿의 듣기 소리가 나는 등 현장의 교수학습과 맞지 않으며, 학생의 개별학습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다. 기존 사용하고 있던 다른 생성형 AI 기술에 미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개인별 맞춤학습 효과의 미흡함.
다문화 학생을 위한 번역의 기능에 대한 기대가 있었으나 실제 사용을 해 본 결과, 초등학생의 경우는 모국어의 학습 언어가 학생에게 구조화되어 있지 않아 단순 번역의 기능만으로는 수업 운영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교과 학습 부진 학생의 경우는 부진의 원인과 피드백을 주는 부분이 부족하여 이 부분을 보충하는 데 대한 효과가 지극히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교과서의 E-Book 형태로 태블릿에서 구현되기에 디지털교과서의 가장 중요한 개발 목적인 개인별 맞춤 학습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AIDT를 둘러싼 논쟁에 현장의 의견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활용도, 기능성, 현장성 등의 문제도 있지만 학교에서의 배움에 대한 의미를 도외시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지 않을까? 진지하게 배우는 자세, 실수해도 다시 배우고 익히면서 몸에 배는 체화의 과정, 그래서 체화된 지식과 기능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익힘이 수반되어야 한다. 멋진 답변을 해주는 우수한 AI와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한다고 ‘배웠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질문을 만들고, 가설을 세우고 탐구하는 과정, 교사와 대화하며 반듯한 자세를 갖추는 과정, 반복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 협력하며 공동체의 마음을 갖추는 과정이 교실의 배움이다. AI 시대에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교수학습에 맞는 적절한 도구를 활용하고, 학생과 눈을 맞추고,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시간을 들여 배움의 길로 인도한다. AIDT가 그런 배움의 길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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